주택시장 '트리플 악재' 고사위기
주택시장이 '트리플 악재'로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가로막힌 상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집 짓기를 포기한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건축물 연면적은 449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4%나 감소했다.
특히 주거용 건축허가면적은 90㎡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3.2%나 줄어들었다. 이는 198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외환위기 직후 가장 적었던 1998년 10월(108만5000)보다도 줄어든 규모다.(관련기사 16면)
실제 착공 실적 역시 극도의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월 전체 건축물 착공 실적은 364만3000㎡로 작년 1월보다 38.9% 떨어졌다. 이 가운데 주거용(76만8000㎡)건축물은 50.4%나 감소해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축허가 면적이 급감한 것은 주택건설사들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지어봐야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주택건설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건설사들의 투자심리를 옥죄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분양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6만 5599가구로 미분양 집계가 1993년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년 동안에만 오히려 5만3000여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 미분양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50.0을 기록했다. 3월 전망치 역시 54.8로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도 50%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BSI가 지난 11월(14.6)에 비해 그나마 개선된 것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늘어나면서 대형건설사들의 환경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완화 등 여건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당초 3월 폐지하려던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는 국회의 벽에 막혀 아직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허용하고 임대주택 의무비율 폐지 역시 물건너 갔다.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역시 정치권 싸움과 여론의 눈치보기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건설사 한 관계자는 "사실상 풀 것은 다 풀었다고 하지만 정책 타이밍을 놓지거나 어설픈 정책이 발표되면서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졌다"며 "실물경기가 갑자기 좋아진다거나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난국타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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