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속에 숨은 정부의 ‘철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제품안전강화 대책은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 하면서 사업자 스스로 자신의 제품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기업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비쳐지나 사실상 사업자에게 직접적 철퇴를 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불법․불량제품 제조 및 판매자를 언론에 공개키로 함은 물론 사업자 범위에 제조·중개·유통 업자까지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그 강도를 실감케 한다.
◆ “제조․중개․유통업자 모두 처벌”
남인석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은 “그간 제조자 중심으로 불법․불량 제품에 대한 처벌을 해왔다”면서 “불법·불량 제품을 유통하거나 중개하는 업자들도 처벌할 수 있게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안전사고가 늘고 있어 이를 수입하는 유통업자 및 중개업자들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부연이다.
그는 이어 “상습적인 불법·불량 제품 제조·판매자를 언론에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기표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2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품안전기본법’을 언급한 것으로,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4월부터 처벌을 아우르는 ‘언론공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 기표원장은 “제품안전과 관련한 기업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를 준수토록 하고, 사후 불량·불법 제품이 발견될 경우 제재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제품안전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공급자 적합성 확인제도’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표원은 해당제도 정착을 위해 최근 화재 문제가 불거진 노트북, 휴대폰 등 리튬 2차전지를 사용하는 제품 전반에 대한 조사를 5월부터 실시해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기로 했다.
이중 불법이나 불량으로 판명되는 제품은 전량 수거해 파기한다는 방침이다.
관련해 정부는 2차전지 제품에 대한 새 안전기준을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한 바 있으며 오는 7월부터 이를 적용한다.
◆ 세관장 확인 물품, 23개 품목으로 확대
어린이용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도 강화된다.
지난해 어린이용품에 대한 기표원의 안전성 조사 결과 13개 품목 340개 제품 중 97개 제품이 불합격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린이용 제품의 판매경로를 고려해 소비자의 접근성이 용이한 할인마트, 학교주변 문구점 등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며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과 인증기관 간에 안전한 제품을 취급하기 위한 협약체결도 내달 중 추진키로 했다.
수입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불법·불량제품의 수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8개 품목이었던 세관장 확인 물품을 23개 품목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는 안전사고 정보를 공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부 간 협약을 올 6월 맺는다는 복안이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