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금융 프리즘] 부끄러운 보험 세계 7위

2009-03-09 09:26

80조원 규모로 세계 7위 시장. 매년 신계약건수 생명보험 2500만여건, 손해보험 5800만여건. 생보업계 보험설계사 수만 15만여명. 국내 보험산업의 현주소다.

10여년전 종신보험 열풍을 지나 변액보험 등 다양한 상품의 출연과 함께 국내 보험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소비자들에게 보험은 만약을 위한 대비책이라는 개념에서 저축과 같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훌륭한 재테크 상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도 했다.

   
 
민태성 금융부 차장
들어보지도 못했던 유니버셜보험이라는 상품 광고가 신문 지면은 물론 케이블 TV 를 도배하고 있는 가운데 변액보험 한두개 들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보험산업의 성장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권 민원에서 보험 관련 민원이 차지한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하반기에도 매월 400~600여건의 보험 관련 민원이 접수되는 등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날로 쌓여가고 있다.

보험 관련 민원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다. 보험사의 잘못임이 뻔한 민원인데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배째라'식으로 일관하고 소비자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결국은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보험 가입시 자필서명은 이제 상식을 넘어 필수가 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일부 설계사들은 가입자에게 자필서명의 중요성과 상품 설명에 나서는 것은 제쳐두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초기 보험금을 인출하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민원 역시 대부분 보험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인맥과 안면을 통한 보험 가입이 여전히 많다는 점은 충분한 상품 설명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려니'하고 가입했더니 결국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보험업계가 기존의 부적절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기업을 규제하고 선진 보험문화를 조성해야 할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실로 개탄할 일이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의 상담원들은 대부분이 업계 파견 근무자들로 채워져 있다. 금감원측은 이들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음으르써 원활한 민원 처리와 함께 업계의 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단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근무하는 상담원들이 소비자들의 민원을 처리할 때 과연 소비자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기업편에 설 것인지는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다. 

금감원측은 최근 상법 개정안 같은 관련 법규가 업체측에 유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별다른 손을 쓰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일부 대형 보험사들의 로비로 상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는 비난이 나올까.

소비자들은 스웨덴과 영국 같은 선진국들의 사회보험제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공정한 보험문화가 자리잡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세계 7위 보험국가라는 타이틀은 자랑스럽기보다는 오히려 부끄러운 짐만 될 뿐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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