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중)[타이베이리포트]타이완, 맥도날드 가격 공세에 ‘도시락을 지켜라!’

2009-02-17 16:27

지속되는 경제 공황 속에 전 세계에서 3만개 이상의 가맹점을 거느린 맥도날드도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완 패스트푸드계의 선두 주자인 맥도날드는 평일 외식시장 공략을 위해 2월 4일자로 파격적인 런치 메뉴 할인을 선언했다. 종전에 책정된 런치 세트 메뉴 가격은 99 TWD에서 135 TWD 였다. 하지만 저가 선언 후 특별 할인된 가격은 가장 저렴한 79 TWD부터 119 TWD 선이다. 이 같은 가격인하의 영향으로 평소의 고객 수보다 배가 증가했다. 그중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피쉬버거 세트는 주머니가 가벼운 회사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가격 대폭 조정 직후의 점심시간, 맥도날드 매장 안은 넘쳐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공공기관과 상업 시설이 밀집한 지역 매장의 풍경은 ‘경기 불황’ 이란 말을 무색하게 한다. 조금이라도 할인된 가격에 햄버거를 구매하고자 사람들로 가게 안의 줄은 매장 바깥까지 이어져 있다.
사실상 이 같은 저가 공략은 아시아 시장에서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떠올랐다. 맥도날드는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이미 유사한 가격인하 전략을 취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3000~4000원대의 런치세트 메뉴와 다양한 아침 특별 메뉴가 인기를 끌었고 경기 가뭄 속 10%의 성장을 일궈냈다. 일본도 저가 메뉴의 개발에 힘쓴 끝에 작년 한 해 동안 2000억 타이완달러(TWD)라는 역사적인 수익을 기록했다.
2월 4일부터 중국 맥도날드 시장도 저가 전략에 들어갔다. 피쉬버거 외에도 정해진 4가지 세트 메뉴는 16.5위안(3400원)만 지불하면 구입할 수 있다. 심지어 10년 전 가격보다도 저렴하다.
그러나 가격을 앞세운 패스트푸드 열풍으로 타이완 도시락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맥도날드의 세트메뉴가 도시락과 가격 차이가 없어져 많은 사람들이 세트메뉴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명 도시락 체인점인 츠샹삐엔땅(池上便當)은 패스트푸드의 저가 공세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80 TWD 상당의 하이루삐엔땅(海陸便當)을 출시했다. 이 도시락은 오징어가스와 고기가 주재료이며 가격도 저렴해서 출시와 동시에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 구분 마케팅을 취해서 같은 이름의 도시락이지만 내용물을 간소화한 후 가격을 낮추고 있다. 따라서 원래 가격보다 저렴한 65 TWD인 간판메뉴 도시락과 70 TWD의 돼지갈비 도시락을 선택할 수 있다. 각각 80 TWD인 생선가스와 90 TWD의 닭다리 도시락 또한 시장 공략에 힘을 더하고 있다.
츠샹비엔땅의 류롱쥔(劉容君) 광고기획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많은 고객들이 맥도날드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이 열기가 지속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패스트푸드와 같은 종류의 음식을 매일 섭취하면 질리게 되어있다. 또한 맥도날드는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고객들 스스로가 차차 발길을 끊게 될 것”이라며 지금의 현상은 단기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도시락 체인점인 후쉬장(鬍鬚張)의 관계자는 “맥도날드의 영향으로 단기적인 영업이익이 약 10~20% 가량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에 대비해 할인쿠폰 배포를 준비중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각국의 맥도날드는 가격 낮추기 경쟁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타이완의 맥도날드 역시 25년만의 유례없는 저가 공략을 펼치며 가장 높은 할인폭을 기록하고 있다. 패스트푸드라는 식품의 특성상 장기적인 낙관은 어렵다. 하지만 한동안은 사람들의 구매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