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이 경제 살리다고 할땐 언제고"
2009-02-17 15:40
2월 임시국회가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미디어관련법 논란이 또 다시 들끓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방송법, 신문법 등을 비롯한 미디어관련법의 ‘선(先) 상임위 상정, 후(後) 토론’ 방침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자세한 토론을 거치자는 데 이의는 없으나 여전히 재벌방송 탄생과 여론의 독과점을 우려, 대폭손질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신경전 가중
미디어관련법은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전파법, 정보통신망법(사이버모욕죄), 멀티미디어 통신법, DTV전환 특별법 등 7가지다. 이중 신문법과 방송법은 대기업의 방송에 대한 겸영ㆍ지분제한을 완화하고 있어 논란의 핵심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2차 법안전쟁’을 앞둔 17일 “민주당은 협조는커녕 법에도 없는 토의기구를 만들자고 한다”며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버리지 말고 (미디어법을) 조속히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대표발의자이기도 한 나 의원은 총리실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인용, “취업 유발효과는 2만1천465명, 생산 유발효과는 2조9천419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문광위 민주당 간사 전병헌 의원은 “신문ㆍ방송법은 이명부 정부의 언론통제 수단”이라며 “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지만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성토했다.
◇‘미디어법=경제입법’ 논란 재점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대기업의 지상파 참여의 경우 굳이 원안을 고수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간 ‘일자리 창출 효과증대’라는 구호 아래 미디어관련법은 정부 원안대로 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방침은 ‘회기 내 처리’에 집착한 나머지 정책 일관성 결여로 오히려 불안감만 심어줬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협상테이블로 끌어낸 본 뒤 기존방침 대로 처리하려는 전략”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법과 관련, 여당의 불분명한 태도는 ‘과연 경제살리기가 맞나’는 논란을 재점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문가를 비롯한 여론의 과반수 이상은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미디어법=경제살리기법’이라는 도식을 부정하고 있는 상태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이날 “한나라당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전인수격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 홍보정책이나 공청회 같은 경우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토론자와의 소통도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나경원 의원이 주장한 고용창출 효과는 지난달 총리실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이 보고서의 경우 미디어관련 일자리가 아닌 주변 상권의 경제적 효과까지 합쳐 고용창출 예상치를 산정했음이 드러난 바 있다.
아울러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새로운 사업허가라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방송법이 허용하는 ‘겸용’은 인력중복으로 오히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지난 7년간 방송시장 사례를 봐도 규모가 는다고 일자리가 늘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