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美 주택 구입 적기?
침체에 빠진 미국 주택시장에서 '바닥론'이 제기되는 등 올해가 미국의 주택을 구입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미국 주택 가격이 올 4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전망이 어둡고 주택시장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주택 가격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며 "미국의 평균 집값은 올 4분기에 지난 2006년 1분기 고점 대비 36% 낮은 수준에서 바닥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차압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회복되면서 재고 물건이 감소하고 있는 점을 바닥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가 집값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고용시장을 안정시켜 주택 차압건수를 줄이려 하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마켓워치도 '생애 첫 주택' 공저자인 재이 패퍼슨의 말을 인용해 '올해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패퍼슨은 "경기침체 속에 집값이 계속 내려가자 사람들이 주택 구입을 망설이고 있지만 무리에서 이탈할 용기만 있다면 일생일대의 주택 구입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퍼슨이 올해를 주택 매입 적기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우선 구매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데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 가계수입 등을 근거로 산출한 지난해 12월의 주택구매력지수는 1970년 지수가 나오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시장에 물량이 넘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행운이다. NAR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 재고물량은 12.9개월치에 달했다.
패퍼슨은 집을 내놔도 수개월째 거래가 안 돼 집주인들이 자포자기 상황에 놓여있다며 매물이 줄어들기 전에 행동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올해 주택시장에서는 주택건설업자들이 수요진작을 위해 제공하는 각종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에디 파델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주택건설업자들이 집값을 깎아주고 주택은 물론 내부 설비에 대해서도 보증을 해주고 있는 만큼 완공된 새 집을 구입하라고 조언했다.
모기지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고 세제혜택이 커지면서 자금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5.25%를 기록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경기부양안을 통해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3년 이내에 집을 보유한 적이 없는 사람이 주택을 살 때 최고 7500달러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한 세제도 잘 만 활용하면 주택 구입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 상원은 지난주 공제 범위를 1만5000달러로 확대하는 세제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기는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제 거주할 집을 구입하는 데는 올해가 적기일 수 있지만 단기 차익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낸시 플린트 공인재무설계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역대 주택가격 상승률은 연간 5%에 불과해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퍼슨 역시 올해 주택 구입에 따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 거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