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 대상 구조조정 칼 빼나?

2009-02-08 15:45

삼성의 구조조정 바람이 조직 재정비에서 인력감축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그룹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 3~4월께 일반사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정규 임원 인사 이후 부장급 이하 직원에 대하 인위적 인력감축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최근의 정황이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1400명의 본사 직원 가운데 1200명에 대한 현장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본사 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 현장 인력과 업무가 중복되면서 이들에 대한 재배치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 4분기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업무조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본사 인력의 현장 배치가 진행되면서 인사 등 스텝부서의 업무중복을 조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밝힌만큼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의 불안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차장급 직원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회사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업무가 줄은만큼 일부 고참급 직원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전 계열사에 걸친 현장 경영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무간 중복이 예상되는 일부 지원 부서의 감원은 정해진 수순이다.

특히 일부 계열사에서는 업무가 줄어들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말과 1월말께 휴가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가 줄어든만큼 군살을 빼는 것은 경기불황에서 필연적인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다수 계열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경영진단이 나온 것도 삼성의 인력조정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을 △3년내 구조조정이 필요없는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등 A·B·C 3등급으로 분류한 결과 삼성화재,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들이 B 혹은 C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내부감사를 강화한 것 역시 문제가 발각된 직원들에 대해 권고사직 형태의 감원을 시행하기 위한 사전준비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감사를 통해 적발된 직원에 대한 조정과 자연 퇴사로 안한 인원 감축, 신규 인력 채용 최소화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고 밝혔을 뿐 구조조정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며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업무가 중복되는 잉여인력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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