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IC카드 전환 '허리 휜다'

2009-02-05 14:33

신용카드 업계가 기존의 마그네틱(Magnetic Stripe) 카드를 직접회로(IC) 카드로 바꾸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IC카드 단가가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 보다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10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5일 금융감독당국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불법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03년 신용카드 IC 전환을 추진했지만 단가가 워낙 비싸 카드사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IC카드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가격차이가 커 전환 비용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만 적지않은 비용이 소요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그네틱 카드의 단가가 장당 300~400원에 불과한 반면 IC카드의 단가는 2000~3500원 수준이다. IC칩에 소리, 향기, 빛 등 특수기능을 추가했다면 단가는 더욱 높아진다.

13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신한카드는 1월 말 현재 IC카드 전환률이 72%에 이른다. 1360만 명의 회원이 1장의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여기에 들어간 비용은 최저 196억 원에서 최대 343억 원에 이른다.

직전 6개월 이용카드 숫자가 700만 매에 이르는 삼성카드 역시 IC카드 전환률이 55%로 여태까지 77억에서 135억 원 정도의 돈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카드사에 상당히 부담되는 규모로 IC카드 전환을 위한 홍보, 판촉, TM(텔레마케팅) 등 측정하기 어려운 비용을 합산하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모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IC카드 전환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 적지 않은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IC카드 인식을 위한 신용카드 단말기 가격도 대당 15만 원이 넘어 신용카드사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말기는 카드 가맹점이 구입하거나 가맹점 모집 대행사가 가맹점을 유치하면서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하지만 카드사와 같은 계열 기업에는 카드사가 단말기와 시스템을 설치 비용을 부담해주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기업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계열사의 단말기 보급은 카드사들이 제공한다"면서 "롯데 백화점 등 롯데 그룹 전체에 단말기를 설치할 때 이 비용을 롯데카드가 부담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지만 IC카드 전환에 대한 지도 지침을 내린 금융감독당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카드대란이 터진 2003년 카드 불법 위변조를 막기 위해 지도 수준으로 IC카드 전환을 지시했다"며 "전환에 드는 비용 일체는 각 카드사들이 부담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인석 금감원 IT서비스팀 부국장도 "단말기의 경우 카드사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벤사 지출이기 때문에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도 금융 안정망 확대를 위해 현재 17%대에 머물고 있는 IC카드 단말기 보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IC카드 전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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