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온실가스 배출 강제할당은 시기상조”
-美·日 등 선진국도 도입 안 해..법안 내용 조목조목 반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온실가스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도 등을 도입하려는데 대해 산업계가 ‘시기상조’라며 일부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4단체와 한국철강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 12개 업종 단체는 2월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안에 대한 산업계 공동건의문을 녹색성장위원회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건의문에서 산업계는 “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법안의 일부 조항들은 폐지 또는 보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녹색성장기본법이 산업계 등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8월29일 입법예고된 기후변화대책기본법에서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도’, ‘탄소세 부과’, ‘혼잡통행료 징수 확대’ 등이 포함됐지만, 이때도 산업계의 반발 탓에 정부가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법안의 골자인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도(Cap&Trade)’는 일정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해 배출 허용량을 강제 할당하고, 이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건의문은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도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 중 EU 회원국, 노르웨이만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감축 의무 대상국가도 아닌 우리가 이 같은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화학공업 비중이 큰 국내산업 구조상 규제가 도입되면, 탄소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철강, 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하는 등 사전 준비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건의문은 또 법안에 국내경제의 여건이나 기업현실과 기술수준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졌다.
법안(제27조)에 “환경오염과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며 에너지 이용이 낮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하여 조세부담을 강화”한다는 것 중 조세부담 강화가 아닌 친환경 제품 및 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정의(제2조)도 대기 중에 직접 방출하는 것과 전기 또는 열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배출로 보는데, 이는 발전사업자와 최종 소비자의 배출량이 이중 계상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보고의무(제41조)가 현행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신고의무제와 중복되고 있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기업의 녹색경영 성과 공개는 기업경영 정보 및 기술유출 가능성이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서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이번 법안이 수정이나 보완을 통해 국제동향을 고려하면서 단계적으로 기업이 수용, 적응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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