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세계 불황 비켜가나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파생된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올해 중국 증시는 호황을 누릴 것인가.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이기로 한 데다 부동산 등 실물경제와 관련한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자금 운용사들은 올해 중국 증시가 세계적인 경기 한파에서 한발 빗겨나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세계 경제가 불황을 극복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일단 시작이 좋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에만 9.3% 올랐다. 이는 세계 10대 주요 증시 가운데 최대치다. 지난해 9월 이후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다섯차례에 걸쳐 낮추고 중국 정부가 585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8%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들어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더딘 성장세를 기록한 결과다. 하지만 영국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리차드 어윈 자산배분 책임자와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러스 퀘스테릭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퀘스테릭은 지난달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영 은행들이 대출액을 늘리도록 하는 한편 경기부양을 위해 4조위안의 자금을 풀기로 했다. 수출 관세 등 세금을 내리고 자동차 및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10개 산업군에 대한 지원 방안도 내놨다.
아울러 인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시중은행들의 연간 대출액 제한을 철폐했고 중국 정부도 국영 은행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액을 늘리도록 압박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중국이 세계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중국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수입을 줄이고 있는 이상 성장 여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로치 회장은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5~6년간 중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근거는 수출주도 정책이었다"며 "중국의 주요 수출시장이 베트남 등지로 남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소비 저하로 인해 지난 1982년 4분기 이후 줄곧 하락세를 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2일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고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부정적인 전망은 또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자금을 쏟아 붓는다 해도 투자심리가 위축돼 중국 내 부동산 투자자는 물론 수출기업들도 투자를 꺼릴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하워드 왕 홍콩 JF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이 부동산에 대한 투자 위축 및 수출기업들의 투자 규모 축소분을 상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70개 도시의 집값은 지난해 12월 사상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증시의 주식 거래량도 지난해 1월 최대 호황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주 춘절 휴장 직전 상하이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한 해 전 50배에서 15.5배로 급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규제완화 움직임에서 희망을 엿보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베이징 시정부는 수요진작을 위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제한을 없앴다. 시정부는 또한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대출 제한을 완화하고 부동산개발업자들의 자금 납부 시한을 연장했다.
그 결과 베이징 시정부 산하 부동산개발업체인 베이징노스스타(북경북진실업)는 상하이증시가 휴장한 지난 주 홍콩증시에서 8.1% 상승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차이나 반케는 지난해 64% 하락했지만 올 들어서는 9.2% 올랐다. 이밖에 대출 규제 완화로 자금 운용폭이 넓어진 은행주도 상승세에 합류해 중국 최대은행인 중국 공상은행은 지난주 홍콩 증시에서 3.4% 올랐고 중국 건설은행 역시 4.3% 뛰었다. 이들 종목은 상하이증시에서도 올 들어 각각 3.4%, 4.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크 탠 UOB 애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중국은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을 바탕으로 최고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증시에 여전히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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