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금 ‘낮추고’ 인력 ‘늘리고’
이 대통령의 ‘잡 셰어링’ 지시 실행단계
공기업들을 중심으로 노동시간과 임금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이 최근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일부 공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같은 맥락에서 자체 인턴제도를 정규채용과 연결시키는 방안도 일각에서 모색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5일 ‘잡 셰어링’ 방법 강구지시가 실행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 공기업, ‘잡 셰어링’ 적극 검토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이 전무한 한국수력원자력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20일 한수원에 따르면 김종신 사장은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 ‘잡 셰어링’에 대해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다.
한수원은 올해 인턴 390명 채용 및 150명가량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계획하고 있고 용접기능공 양성을 위한 300명 규모의 용접학교 개설도 앞두고 있어 ‘잡 셰어링’이 채택되면 고용인원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최고 경영자 교체와 공기업 선진화 추진 등이 겹치며 채용을 실시하지 못한 한국전력공사도 마찬가지다.
노무처를 중심으로 임금하락폭에 따른 추가채용 정도를 파악 중이며 사내 인사문제가 마무리 되면 구체적인 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탄공사도 실무진을 중심으로 ‘잡 셰어링’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 인턴 → 정규직 전환
인턴직원의 정규직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는 인턴제도를 입직 관문으로 활용해 이들 상당수를 정식 채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인턴직원 채용 시 정식직원 채용과 같은 엄격한 면접 룰을 적용한 뒤 인턴기간 종료 시점에 우수성적자들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전춘우 코트라 인사팀 차장은 “올해 100명 정도 인턴채용 계획이 있다”면서 “이중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뽑은 인턴 30명의 경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수출보험공사는 당초 계획보다 인턴을 늘려 뽑는다.
수출보험공사는 올해 인턴 채용계획이 20여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간부직원들의 성과급 반납으로 충당된 3억8000여만원의 재원을 활용해 인턴을 55명으로 늘려 뽑는다는 계획이다.
김호일 수출보험공사 홍보팀장은 “지난 15일 채용공고를 마감했고 내달 초 최종 채용인턴 55명을 확정해 현장 배치할 것”이라면서 “이중 반 이상은 지방지사에 배치되고 해당지사 지역 대학출신자가 우선 순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인턴의 정규직 전환여부에 대해 “올해 정규직 채용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즉답을 피한 뒤 “인턴근무 경력자가 입사를 원하면 서류심사는 면제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대책회의 석상에서 “당장 눈앞에 시급한 것은 조기에 예산을 집행해 가장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면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을 강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참석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