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대·중소기업 상생으로 경제위기 극복하자

2009-01-20 09:40

상생으로 경제위기 파고 넘는다...‘글로벌경쟁력의 원천은 협력사와의 상생.’
실물경제 위기 탈출구로 대·중기 상생협력 주목...경쟁력 한 단계 도약
중소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대기업 혼자 살려하면 한국경제 구할 수 없다 
대·중기 간 인식 차 여전...수익악화→기술력상실 악순환 단절 급선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상생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나 혼자만 잘하면 살아남는 시대에서 내 주변의 모두가 잘돼야 나도 생존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 네트워크에 속한 구성원이 상생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특히 국내 경제 핵심축인 대기업의 경쟁력은 중소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의 경쟁력이 곧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중추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수는 302만여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경제인구는 1088만명이다. 전체 고용 인력 87.5%, 제조업 생산액 49.4%, 수출 30.4% 등을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제조·개발 부문은 한 국가의 경제력을 지탱하는 실질적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일본이 장기간의 경기 부진을 딛고 일어난 경제부활의 밑바탕엔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부품·소재·금형 등 분야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현재 인력·자금·기술 등의 역량 부족으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 제조 부문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2000년 대기업의 35.4%에서 2002년 32.2%, 2004년 31.3%, 2005년 33.1%에 머물렀다. 2006년 33.2%로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이 개선 기미를 보였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의 악화로 기술투자 감소→자체 기술개발력 상실→대기업 종속도 심화→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무엇보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에 따르면 2008년 대기업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조3484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추산됐다. 30대 그룹의 상생협력 지원실적은 지난 2005년 1조401억원에서 2006년 1조4307억원(전년 대비 37.6% 증가), 2007년 1조8909억원(32.2%)으로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등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투자는 확대 추세에 있다.

경기불황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특히 대기업이 상층부를 형성하는 수직구조속에서 하층부인 중소기업이 떠안는 부담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황여파가 몰려올수록 정점에 있는 대기업들의 상생노력은 중요하고 또 돋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거나 대금 지급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거래 관행은 중소기업 기반을 필연적으로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 15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이들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업체 중 78.2%는 별도의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유형으로는 대기업의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요구가 47.4%, 대기업의 일방적 발주취소, 납품업체 변경 10.3% 등으로 조사돼 납품단가와 관련한 중소기업의 애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생 경영은 기축년 새해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대한 민간의 자율참여 확대와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지속적인 정책개선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상생경영을 앞장서 실천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이나 금융 거래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중소기업을 울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술중심의 전략적 파트너 등을 통해 얻은 이익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대·중소기업 상생경영의 시험무대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전세계 경기침체 확산, 고유가와 고환율, 각 국 기업간 경쟁 격화 등 글로벌 경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이 새해 화두로 부상했다.

기업에서 상생 경영은 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경영전략의 한 축이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요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를 배려하면서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 업무 영역과 상품, 네트워킹을 공유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경영방식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기업의 참모습일 것이다.

유재준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경제가 위기다 보니 우리 내부적으로 상생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은 대부분 혁신이나 기술개발과 결부돼 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중소기업간 부품을 만드는데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대기업의 R&D 지원은 물론, 대기업의 고임금 억제, 납품단가 인하 등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중소기업 간 자기주장만 하지 말고, 진정한 의미의 상생협력을 통해 불황기인 이 난국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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