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펀드 '뒷북' 정책 전락하나

2008-11-30 14:38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다음달 중순 공식 출범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거둬들이기에는 채권 규모가 턱없이 작은데다 이미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곤두박질친 상황이라 시기적으로도 늦었다는 것이다.

◆ 총 10조원 규모, 한은 50% 지원 =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초 채안펀드 조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다음달 중순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채안펀드는 산업은행이 2조원을 출자하고 은행권 6조원, 보험사 1조5000억원, 증권사 5000억원 규모로 출자한다.

다만 금융기관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은행이 출자금 중 최대 50%를 국고채 직매입, 통안증권 중도 환매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 우선 3~5조원 규모로 시작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나머지를 추가로 납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출자 비중이 높은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경우 초기 출자금은 100~25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안펀드는 현재 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는 은행채(후순위채 포함), 할부금융채, 건설사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우선 매입할 계획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 회사채나 은행을 모회사로 둔 여신전문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는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자금 상황에 여유가 있는 이들 회사채를 매입할 경우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는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는 금융기관과 기업에 경영 자구계획을 요구할 방침이다.

◆ 규모·시기 부적절…효과는 '글쎄' = 전문가들은 10조원 정도로는 금융시장의 부실 채권을 거둬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승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10조원 정도의 규모도 문제지만 10조원을 다 투입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며 "부실 채권을 부분적으로 매입할 수 있을 뿐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종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채권 매도세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3~5조원에서 시작해 10조원으로 확대하더라도 규모가 너무 작다"고 말했다.

펀드 출범 시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 때문에 금융기관과 건설사에 대한 신뢰도가 이미 하락할대로 하락한 상황에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미 신뢰도가 많이 하락한 상태라 아쉽다"며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채권시장 안정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시장 안정이 우선"이라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드러났지만 단기적으로 약발이 먹힐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임 연구원은 "부실 채권을 직접 매입해주는 방식은 긍정적이지만 금융권에 대한 모럴헤저드가 우려된다"며 "채안펀드 도입 시기도 늦은 감이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 연구원은 "채안펀드 등으로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금융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앞으로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의 강도를 높여 간다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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