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대치정국 4대 관전포인트

2008-11-30 12:34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할 법정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산안 심사는 예결특위의 파행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험로를 걷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에 필요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놓고 여야 간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변화된 경제여건에 맞는 대책의 선(先)제시를 요구하면서 이것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내일부터 시작되는 `계수조정소위 보이콧'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정략적 의도에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민주당이 불참하더라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강행 처리도 불사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재수정 예산안 제출 공방 = 정부는 이달초 금융위기 상황을 반영한 수정예산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경제상황이 다시 변했기 때문에 재수정예산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예산안이 ▲2%대 성장률 전망에 따른 세수 감소 ▲부자감세 강행에 따른 국가채무 급증 ▲5조6천억원대의 지방재정 감소 ▲일자리 창출 대책 결여 등 `4대 무대책 예산'이라며 이들 분야에 대한 정부의 대안제시와 여야 간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이 억지이자 국정훼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달라진 경제상황을 반영해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수정할 의사는 충분히 있지만 국회에서 심사를 진행하면 될 일을 갖고 소위 불참 운운하는 것은 국정을 포기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도 예산안의 수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재수정 예산안을 제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산부수법안 변수 = 250여건에 달하는 예산부수법안도 예산안 통과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년과 달리 이번 정기국회에는 수많은 예산부수법안이 각종 상임위에 걸쳐 있어 이들 법안의 선(先) 처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150여건이 계류된 국회 기획재정위의 감세법안 심사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법안심사와 예산 처리를 연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전 상임위에서 조직적인 예산부수법안 심사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정략적 의도에서 국회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켜 `식물국회'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진당 역시 예산 문제 때문에 상임위 심사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강행처리 가능성 = 민주당은 4대 분야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회 예결특위의 계수조정소위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계수조정소위란 말 그대로 큰 틀의 합의 하에 미세 조정을 하는 곳인데,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어떤 화답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소위에 임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더이상 민주당에 끌려갈 수 없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개원 및 원구성 협상과 쇠고기 국정조사 등 야당에 양보할 만큼 양보했는데 다시 민주당 요구를 수용할 순 없다는 것.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국민이 한나라당에 왜 172석을 줬는지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행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선진당은 합의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리시기 =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최대한 협상을 진행하되 비협조적인 자세로 나올 경우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다음달 9일 강행처리도 불사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기국회 내 처리에 대해서는 선진당도 동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 일정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에 지금부터 심사를 해도 20일 가량은 족히 걸리는 만큼 잘해야 크리스마스(12월25일) 전까지 처리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