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연금 연기금 동원, 은행 후순위채 매입

2008-11-27 18:00

정부는 국내은행권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의 연기금 등을 동원해 후순위채 매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10·19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450억달러를 은행권에 공급하고 1000억달러의 단기외채 지급보증하거나 은행채를 매입하는 등 잇단 지원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요구하고 있는 BIS비율인 12%를 달성하기 위해 중기대출규모를 낮추고 있어 흑자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정부는 일단 은행들의 자구노력을 지켜본 후, 향후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국내 은행들의 BIS비율이 9월말 기준으로 10.61%에 그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은행권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연기금.채권펀드 통한 후순위채 매입 = 정부가 마련한 은행권의 BIS 제고를 위한 1단계 지원책은 약 230조 규모가 적립금으로 쌓인 국민연금을 이용해 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를 사들인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올연말까지 BIS비율을 제고하기 위해, 이달 들어서만 약 4조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데 이어 내달 발행할 2조원까지 합칠 경우 올 들어 발행된 후순위채 발행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

때문에 약 9조원 규모의 대체투자(부동산, SOC, 국책사업)와 약 44조원 규모의 주식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약 176조원이 채권시장에 풀어져 있는 연기금은 은행들이 발행할 후순위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고위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국민연금의 적립금 규모가 250조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기가 도래한 채권규모를 감안할 때, 주식시장보단, 채권시장에 대한 기금 운용의 유동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검토중인 또 하나의 후순위채를 사들일 방안은 10조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한 매입이다.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채권펀드가 조성된 만큼 은행이 BIS 비율 제고 및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후순위채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채권펀드는 할부채, 회사채, 일부은행채 등을 사들을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며 “10조원 규모를 감안할 때, 은행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에 대해서도 필요에 따라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일각에서는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공사채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대상에 넣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여 BIS 비율을 개선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은행의 상환우선주 직접 매입 = 정부의 선제적 지원에도 불구, 은행들이 BIS비율 제고에 실패한다면 정부가 은행 증자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이 남아있다.

정부는 현재 상환우선주 매입과 관련, 외국인 투자자 등을 모집해 증자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과 공적자금을 통한 직접 참여를 고려중이다.

우선 증자의 간접 참여는 기존주주들의 감자 및 경영권 교체 등을 추진할 수 있어 정부 주도의 은행권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준다.

공적자금을 통해 직접 은행권 증자과정에 정부가 참여하는 방법으로는 자산관리공사가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방식과 예금보험공사가 정부보증채를 현물로 출자해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