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장기화되나
정부와 금융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100대 건설사 가운데 1차로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에 가입 신청한 건설사는 24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합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는 단 한 곳도 신청한 곳이 없어 대주단을 통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주단 통한 구조조정 실효성 의문 =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종합시공능력 평가액 기준 상위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1차 대주단 협약 가입 신청서를 받은 결과 모두 24개 건설사가 협약 가입을 신청했다. 이는 적어도 70여개 업체는 신청할 것이라는 정부와 은행권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어서 대주단을 통한 구조조정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주단 자율 협약은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지원하되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은 퇴출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협약에 가입 신청한 업체가 적으면 지원 대상 업체를 판정하기가 어려워 진다. 특히 이번 1차 접수에는 상위 10대 건설사가 빠진 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체 중심으로 신청이 이뤄져 후속 가입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견 건설사 A사 관계자는 "가입 신청 시한이 없는 만큼 일단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ㆍ중견업체들만 대주단에 가입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가입 업체 이름이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대주단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제도 보완 목소리 높아 = 상황이 이렇자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옥석 가리기'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대주단 가입 신청 업체를 늘릴 수 있는 보완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동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를 통해 "예상보다 건설사들의 대주단 가입이 저조한 것은 건설사들이 아직 자금사정이 양호해 당장 대주단 가입 필요성을 못 느끼는 데다 해외시장에서의 신인도 저하와 경영권 위협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주단 가입업체를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우대혜택, 해외공사 입찰시 정부의 신용보증, 재무상태에 따른 업체별 등급 세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현재 대주단협약은 건설업계 구조조정보다는 잠재 부실업체의 유동성 지원 및 회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옥석 가리기를 통한 건설업계 구조조정이 실효를 거두려면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과 업체별 등급 세분화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추가 보완책 마련하나 = 정부도 대주단에 가입한 건설사가 해외공사 수주 활동을 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날 "대주단 가입 건설사가 해외 공사 입찰시 신인도 하락 등을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해당 건설사의 신용을 보강해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해외 발주처를 직접 방문해 해당 건설사의 신용을 직접 설명하거나 정부가 건설사 공신력을 인정한 인증서를 발행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대주단 자율 협약에 우선 가입하는 건설사에 대해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대주단 협약에 1차로 가입하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는 대주단이 자율 협약인 만큼 가입 여부에 따른 차별은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것으로 금융위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확대, 펀드를 통한 미분양 주택 우선 매입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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