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리포트]중국 농민공 귀향러시, 취업•창업으로 재도약 기회 모색
2008-12-03 10:21
중국 농민공(农民工)들의 귀향길 발걸음이 빨라졌다.
예년 같으면 춘제(春节)를 앞두고 고향에서 음력 설날을 보내기 위해 귀향러시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르다. 영구귀향을 위해 보따리를 싸는 농민공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농민공은 도시지역으로 나와 돈벌이에 종사하는 농민들로 대략 2억2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인구의 16% 이상, 8억명에 이르는 농민의 27% 이상 등이나 된다.
이들은 주로 생산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나 노동자 신분으로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지방도시의 기차역 앞 광장에서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귀향 농민공들에게 직업소개, 기능훈련 등 서비스활동을 펴고 있다. |
그러나 이전에는 일자리를 찾아 끝없이 도시로 향하던 농민공이 사회문제화로 대두됐지만 이제는 다시 귀향하는 농민공이 경제문제화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일고 있는 농민공 대규모 귀향문제에 대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공회(工会•노동조합) 등까지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폐업, 도산, 감원 등으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대부분 농민공들이 생활터전으로 삼았던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최근 도시지역 농민공들이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영구귀향길에 오르는 행렬이 잇따라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농민공들이 춘제를 지내기 위해 귀향행 기차를 타러 가는 모습. |
올해 말까지 1000여만명에 이르는 농민공이 귀향길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실직 농민공이 귀향을 포기한 채 도시지역에 그대로 남아 또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농민공 실직과 귀향이 마냥 부정적인 면만 주는 건 아니다. 이들에게 또다른 도약의 기회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전국 각 지역에서 대규모 농민공 귀향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자 각급, 각지 관련정부도 나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또 최근 경제상황에 따라 농민공 유동문제 해결을 위해 무료 취업훈련 지도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최근 광둥(广东), 상하이(上海), 충칭 등 전국 각지에 조사팀을 파견해 처음으로 농민공 실태조사에 나섰다.
외지노동자 실업등기제도를 실시해 6개월 이상 안정적인 취업상태에서 실직한 농민공에게 실업등기를 하도록 했다. 또 조건에 따라 실업보험기금을 통해 일시적 생활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각 지방정부와 지역공회도 적극 나서 귀향 농민공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훈련배양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
이에 따라 꾸이저우(贵州), 안후이(安徽), 후베이(湖北) 등 지방정부는 귀향 농민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통해 재취업 기회를 주는 데 전력하고 있다.
꾸이저우성은 관련기구를 통해 귀향 농민공에 대해 취업알선 외에 시장과 농촌 일자리 수요에 따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민공이 스스로 창업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훈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관련분야는 주로 양식업, 건축업, 석탄채굴업, 요식업 등이다.
올해 말에는 귀향 농민공 취업을 위한 대규모 공개채용회를 열기로 했다.
꾸이저우 꾸이양(贵阳)시는 최근 농민공 취업채용회를 열어 1700여명에게 일자리를 새로 찾아줬다.
안후이성 푸양(阜阳)시 노동사회보장국 치차오(齐超) 부국장은 “우리는 국제노동기구가 개발한 훈련이념에 따라 주로 농민공에게 어떻게 창업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창업훈련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후베이성 각 지역 공회는 귀향 농민공에 대해 창업훈련, 기능훈련 등을 실시하고 대규모 공개채용, 인재모집 등 구체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 지방도시가 세운 인력자원실습훈련기지에서 귀향 농민공들에게 구직경쟁력을 높여 주기 위해 직업기능훈련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
농민공들은 대부분 비교적 개발과 발전이 앞선 동남연해지역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전자, 방직, 완구 등 노동집약형 기업에서 일정부분 기본적인 기술과 관리업무를 익힌 상태라 재취업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또 일부 농민공들은 도시지역에서 익힌 기술과 모은 자금으로 창업의 꿈을 갖고 귀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농민소득을 현재의 두배로 올리려는 국가적 목표에 전력을 쏟기로 한 데도 고무돼 있다.
앞으로 모든 정책과 조치가 농민, 농촌, 농업 등 3농(三农)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지방정부도 이들을 위해 무료창업훈련, 세수감면, 소액대출지원 등 다양한 우대정책을 마련해 독자창업을 격려하고 있다.
농민공 귀향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인 광둥성의 광저우역은 귀향행 기차를 타려는 농민공들로 늘 북적댄다. 사진은 광저우역 앞 모습. |
한편 중국정부는 최근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아직 대규모 감원이나 농민공 귀향 추세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 인웨이민(尹蔚民) 부장은 “공장폐쇄, 파산, 가동중단 등으로 인한 일부 농민공 실직과 귀향 문제는 정상적인 유동이거나 이성적인 선택으로 봐야 한다”며 “그러나 농민공 귀향 추세가 점점 증가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이건우 통신원
아주경제연구소 기자 aj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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