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저축銀 구조조정 공개 주문 파장

2008-11-12 14:41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커지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KDI는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과 함께 나온 정책 제언에서 부동산 PF 관련 대출로 인해 부실화된 금융기관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구체적으로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총자산은 은행부문 총자산의 4%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 PF 대출로 부실화되는 일부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이번 기회에 예금보험기금 중 저축은행 계정의 누적 손실 해소, 기금충실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KDI가 특정 금융 부문의 부실을 거론하며 수술대에 올리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 PF대출 부실 `눈덩이' 우려
지난 6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 PF 대출 규모는 12조2천억 원으로, 규모상으로는 은행 47조9천억 원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PF 대출이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4%로 크고 연체율이 2006년 6월 말 5.7%에서 2년 만에 14.3%로 급등한 데 있다. 은행의 PF 대출 비중이 4.4%이고 연체율이 0.68%로 낮은 것과 대조된다. 저축은행이 수익 확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PF 대출을 해 준 것이 부메랑이 됐다.

   더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경제 전반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0.9%, 건설수주액은 22.8% 감소하고 8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15만7천 채에 이르는 등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251개 건설업체가 문을 닫았고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내년 주택.토지 가격이 10%까지 하락할 수 있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 4.2%보다 낮은 3.3%로 전망된다"(KDI) 등 암울한 소식밖에 없어 건설업계가 벼랑 끝에 몰리는 실정이다.

   건설사의 부실은 금융권의 부실로 직결되고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6월 말 기준 100여 개 저축은행 가운데 20% 정도가 국제결제은행 기준(BIS) 자기자본비율이 8% 밑으로 떨어져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KDI가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이 이미 14%를 웃돌고 있어 향후 부동산 시장과 실물경기 동향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부실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그만큼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시급"
PF 대출발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이 KDI의 주문이다. 당장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부실 저축은행을 연명시키기보다는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KDI는 "저축은행의 총자산이 은행 총자산의 4%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PF 대출로 부실화되는 일부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구조조정이 해답임을 강조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PF 사업장 899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최근 마치고 부실 사업장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달 안에 그 결과를 토대로 부실 사업장의 정리 방안을 마련하고 저축은행에 증자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부실 저축은행에는 M&A도 유도하고 있다.

   PF 대출 부실이 저축은행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건설업계 지원과 구조조정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날 미분양 아파트의 토지 매입과 일시적 경영난에 처한 건설사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건설사는 정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으로 PF 대출 부실이 확산되지 않도록 100대 건설사 가운데 살아날 수 있는 곳을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에 가입시켜 자금 지원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저축은행이나 시중은행 등의 PF 대출 문제가 경기 침체, 건설업계의 자금난과 맞물려 있어 이를 연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