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발행 1위 국민은행…페널티 받나
한국은행이 은행채 발행 물량이 많은 은행에 대해 유동성 공급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히자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으로 최대 10조원 가량의 은행채를 매입해 원화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채를 많이 발행한 은행의 경우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유동성 지원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지난 31일 정희전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채를 많이 발행하는 은행에 대해 RP 거래 과정에서 해당 은행채의 편입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은행채를 발행하고 한은이 이를 사들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상환 만기가 남은 은행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국민은행으로 한은이 은행채 발행 규모에 따라 매입 규모를 차등화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미상환 은행채 규모는 11월 초 현재 9만4591건 39조802억628만원에 이른다. 신한은행이 31조7664억9100만원으로 두번째로 많은 물량을 보유 중이며 우리은행은 30조7765억1246만원이다.
하나은행은 15조8269억원을 보유 중이며 외환은행은 10조3953억원으로 국민은행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은이 전체 은행채 발행 규모가 아닌 만기도래일이 가까운 은행채를 기준으로 불이익을 줄 경우 기업은행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올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기업은행이 6조3413억원으로 가장 많이 보유 중이다. 이어 산업은행(4조3412억원), 우리은행(3조3550억원), 신한은행(2조8607억원) 등의 순이다. 반면 국민은행의 경우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1조4842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한은의 조치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은행채 발행액 절대치를 가지고 매입 물량을 차등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의 자산 규모가 다른데 채권발행액 절대치만으로 정부의 매입량을 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한은이 은행들의 자산 규모를 무시하고 똑같은 비율로 채권을 매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P 방식으로 은행채를 매입할 경우 특정 은행의 채권을 선별해 매입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채는 은행 간에 실타래처럼 얽혀 거래되고 있는 만큼 RP 매입시 특정 은행의 채권만 골라 받을 수는 없다"며 "은행들이 보유 중인 은행채 중 어느 것을 내놓을 지 알 수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은행채의 매입 비율을 똑같이 할 경우 은행채 발행 물량이 많은 은행의 채권이 덜 팔릴 수는 있다"며 "그러나 한은이 이같은 방식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시기와 방법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재호 김유경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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