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환율폭등에 희비 엇갈려
2008-10-29 19:17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절하(환율상승)로 전자, 자동차, 정유, 조선, 철강, 항공등 국내 산업계 전반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항공, 정유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업종들은 비용상승과 함께 상당한 환차손을 입은 반면, 전자,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매출 상승의 수혜를 보고있다.
또 조선, 철강업계는 미리 리스크를 대비한 탓에 대체로 여유로운 모습 속에서도 고환율이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전자ㆍ자동차등 수출기업, 환율상승으로 매출 수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수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었다.
원달러 환율이 1원 오를 경우 삼성전자는 보통 300억원, LG전자는 7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업계는 단기간의 환율 폭등이 경영 안정화를 해치기 때문에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율상승은 수출비중이 큰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지만 환율 변동폭이 너무 크면 경영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업계도 수출기업으로서 매출이 상승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경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년전 931원에서 올해 1011원으로 상승, 지분법 이익도 434억원에서 478억원으로 10.2% 증가했다. 기아차도 올해 3분기까지 무려 6950억원의 매출상승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도 무조건 혜택만 보는 것은 아니다.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을 높여 차량 1대당 제조원가를 상승시키는만큼 수익성에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ㆍ정유업계, 심각한 환차손으로 '직격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상승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업종 중 하나다.
환율상승에 대비해 미리 환 헤지(환율상승에 대비해 미리 일정한 금액으로 달러를 구입해 놓은 것)를 해 놓지만,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가히 천문학적일 수 밖에 없는 게 항공업계의 특성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외에서 항공권 예약 취소를 줄이고, 기내 면세품 판매 등으로 달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연료 대금등 비용도 계약 상황을 고려해 지급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도 환차손이 심각하다. 보통 정유사는 자금운용상 원유를 3개월 전에 외상으로 구매하는데, 달러를 갚을 시점에 환율이 너무 올라 버린 것이다. 시설투자를 위한 외화 채권을 발행하면서 생기는 외화환산손실 또한 커졌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원 오를 때마다 업체마다 20~30억 원의 환차손이 발생해 정유업계 전체적으로는 70~80억 원의 손실을 본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석유제품 수출 증가로 환차손이 상쇄돼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SK에너지의 지난 3분기 석유제품 수출 물량은 4533만6000배럴로 수출액은 6조55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조선ㆍ철강, 환 리스크 헤지로 완충여력 충분
조선업계의 경우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대비해 왔기 때문에 완충여력이 충분하며, 제강업계 역시 상당부분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실물경제가 일순 붕괴되는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면 당장 직접적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제위기가) 조선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선박 건조 계약의 경우 착수비를 우선적으로 받고 건조 과정에 따라 남은 대금을 받게 된다. 더욱이 원화가 아닌 달러화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과 관련한) 큰 위기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강업계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내수기반 산업이다 보니 미국 경제위기의 직접적 영향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B2B(거래주체인 기업과 기업이 전자상거래를 하는 것)기업이다 보니 조선업계가 와해되는 등 실물경제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 이상 큰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박재붕, 김재훈, 최소영기자 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