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만원권 제작 중단…은행권 비용부담 증가 '불만'

2008-10-20 13:46
내년 상반기 발행 사실상 물 건너가 ATM 교체비용 2400억원 추가 부담

한국은행이 10만원권 제작을 중단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년 상반기 중 발행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발행 연기로 수천억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됐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20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 달 전에 10만원권 제작을 일부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고액권 발행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12월까지 구체적인 시제품을 공개하기로 한 만큼 그 때까지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0만원권 뒷면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물 제850호)를 넣기로 했으나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독도가 없어 보조 도안으로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에 발행하려면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며 발행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인물 초상의 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5만원권과 10만원권이 시차를 두고 발행될 경우 자동화기기(ATM) 프로그램과 부품을 교체하는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간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두 지폐가 동시에 발행되지 않으면 은행은 지폐 인식 프로그램 개발과 부품 교체를 위한 인건비 등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한은이 새로운 권종의 샘플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산출할 수 없지만 2400억원 가량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TM 제작 업체에서 기기당 최대 650만원을 제시하고 있고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ATM 수가 3만6857대에 달해 은행권 전체로 24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ATM 제작 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권종에 맞춰 지폐 인식 프로그램과 장치를 변경하려면 일본 업체와 공동 작업을 해야 한다"며 "독도 때문에 10만원권 발행이 연기되면 일본 업체가 돈을 버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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