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혼돈..'앞이 안보인다'

2008-10-10 15:54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 등 각국의 긴급 처방에도 세계 금융계는 타이타닉호 처럼 침몰해 가고 있다.

   10일 주가는 대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변동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드리운 공포감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까지 우려됨에 따라 정부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며 금융시장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 금융과 경기불안 상승 작용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진 것은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에도 글로벌 신용경색이 쉽사리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추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외화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 달러를 일부 풀면서 은행과 기업들의 자구책을 촉구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폭풍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에 약한데다 정부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겁을 내고 극단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외화 자금난은 풀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중장기 외화 차입은 막혀있고 하루짜리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단기 외화차입(오버나이트) 금리는 지난달 30일 8%대로 치솟았다가 지난 8일 4.9%로 낮아졌지만 그래도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세계 경기의 침체 우려도 금융시장 위기와 맞물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이후 금융시장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중대한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은 경제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경기 또한 둔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분기 5.8%에서 2분기 4.8%로 낮아진 데 이어 하반기에는 3%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공조 기대.."정부 신뢰 회복해야"
세계 주요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한 추가적인 공조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은 거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위기 타개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동반 금리 인하에 이어 새로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경우 세계 금융시장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위기감이 증폭될 수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같은 날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발표할 예정인 긴급 성명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의회는 긴급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외환시장과 증시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초기 고환율 정책으로 흔들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에 과도할 정도로 반응하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G7 회동은 국제적인 공조체제가 더 공공해진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동원하면 시장이 불안이 커지는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되 투매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증시의 패닉(공황상태)은 연기금을 동원해서라도 진정시키고 금리는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