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이대로 안된다"
기존규정도 제대로 안 지켜
해외에선 증시침체 주범으로 꼽히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가 직접 문제점을 짚었다.
국내에서는 주식차입전 공매도(naked short selling)가 불법이지만 이를 어기는 경우가 있으며 보고의무나 호가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아 감독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차입을 마친 주식만 공매도가 허용돼 있지만 차입계약 없이 매도를 완료한 뒤 결제일 직전에 차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굿모닝신한증권 서준혁 연구원은 "이는 국내에서 허용하는 주식차입후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가 아닌 주식차입전 공매도이다. 금융당국이 나서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보고의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공매도주문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팔도록 한 업틱룰을 회피하기 위해 차입주식 매도를 일반매매로 분류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실제 최근 3개월 동안 대차거래 가운데 보고된 공매도는 37%에 그쳤다. 나머지 63%에 달하는 대차거래는 공매도가 아닌 매매로 이뤄져 대차거래잔고 집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차된 주식을 다시 대차하는 경우 대차거래잔고가 중복 집계되는 경우 또한 우려된다.
서 연구원은 "최근 3개월 사이 외국인 공매도 규모가 13조2000억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액 12조5000억원과 맞물려 외국인 매매가 모두 공매도 거래인 것으로 오인됐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간 외국인 매도액과 매수액은 91조원과 78조5000억원으로 순매도 금액은 12조5000억원이다. 외국인 전체 매매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주식시장 유동성 증가와 가격결정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되는 공매도 전체가 문제화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다.
서 연구원은 "이를 위해 공매도 또는 대차거래에 대한 정보가 시장참여자에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세계적인 공매도 규제 역시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이후 정보 제공 강화로 가닥을 잡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른 전문가 사이에서도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이 규제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공매도 증가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공매도가 단기수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기아차 주가급락 배경으로 외국인 공매도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전날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국제적인 공매도 규제강화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필요하면 제도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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