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섬유소재, 국산화 시급

2008-09-22 08:23
=탄소섬유·PLA 섬유 등 친환경 섬유소재 수요 증가 =일본 등 선진국 업체가 시장좌우…국내 R&D 미흡

‘섬유’는 일반적으로 옷을 만드는 데만 사용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합성섬유 제조기술력의 발달로 인해 산업용도의 주요 소재로써 고기능성 섬유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차량에 사용되는 섬유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자동차에는 시트커버에서부터 카펫, 에어백, 타이어코드, 벨트류 등 다양한 부품에 섬유재료가 적용되고 있으며, 한 대당 약 30㎏의 섬유재료가 사용되고 있다.<편집자 주>

차량용 섬유소재 2010년 215만t 수요 전망

세계 자동차 산업이 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이에 응용되는 섬유소재의 수요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승용차, 트럭, 버스 등을 포함한 자동차 1대당 섬유소재의 사용량은 지난 1980년 약 20㎏에서 2006년에는 28㎏로 대폭 증가했다.

그 결과 자동차용 섬유소재의 수요량은 1980년 81만t에서 2005년에는 183만5천t으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고강도, 경량화, 친환경 소재가 요구됨에 따라 차량용 섬유소재는 오는 2010년 약 215만t의 수요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향후에는 탄소섬유(Carbon Fiber)를 비롯한 고강도 나일론66 및 PLA(Poly Lactic Acid, 식물 추출 원료) 섬유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산업은 범용 섬유와 같이 중국 일변도의 집중형이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이 세계시장을 좌우한다.

이에 따라 메이저 화섬업계는 자동차용 섬유소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도레이(Toray), 테이진(帝人), 아사히카세이(旭化成), 미쯔비시레이온(三菱Rayon), 쿠라레이(Kuraray) 등 세계 고기능 섬유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첨단섬유소재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업체만이 자동차용 타이어 코드를 생산하고 있으며, 탄소섬유의 경우 이제야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단계다.

일본 화섬기업 시장 주도…국내 연구개발 시작 단계

자동차에는 현재 타이어코드, 에어백, 커버시트, 필터, 내장재 등 다양한 부품에 섬유소재가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차체 경량화 및 친환경 소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그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량 동체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25%에 불과하나 강도는 10배 이상 크기 때문에 금속을 대체하는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자동차 무게가 10% 줄어들면 연비는 6% 증가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도 있어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도어트림·천장재·내장재 등으로 쓰이는 ‘LM(Low Melting) 화이버’는 일반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280℃ 이상에서 녹는 데 반해 100~200℃의 낮은 온도에서 녹는 섬유로 기존 인체에 유해한 화학 접착제 없이도 사용되는 최적의 접착용 소재다.

시트커버와 시트벨트에는 주로 나일론이 사용됐으나, 이후 폴리에스테르로 변천돼 현재는 세계적으로 신소재 합성섬유를 비롯한 고기능성 폴리에스테르(High Tenacity Continuous Filament Polyester) 섬유가 90% 이상 사용되고 있다.

운전자의 목숨과 직결되는 에어백에는 폴리에스테르보다 열적 성질이 우수하고 접이용 수납성과 전개시 피부의 손상도가 적은 고강도 나일론(High Tenacity Multi Filament Nylon66)이 사용된다.

자동차용 카펫에는 소음과 진동흡수 목적으로 1950년대부터 자동차에 장착되기 시작해 우수한 압축탄성을 지니는 나일론을 BCF(Bulked Continuous Filament)화 해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 바퀴는 고무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복합소재로 구성돼 있다.

내구성과 주행성,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를 ‘타이어코드(Tire Code)’라고 한다. 내구성과 섬유 자체의 인장강도, 내수성과 열에 대한 저항능력 등의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등이 사용된다.

첨단부품에도 섬유소재 채택

자동차에는 눈으로 보이는 외관장치 뿐만 아니라 내부의 주요 부품에도 섬유소재가 다양하게 사용된다.

자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 안의 분리막(Battery Separator)에는 주로 유리섬유(Glass Fiber)를 사용했으나, 최근 경제성 및 건강상의 이유로 내산성이 우수한 폴리에스테르 섬유가 채택되고 있다.

향후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 차량의 배기가스 유입 때문에 차량 안의 배기가스 농도가 밖보다 6배가 높다는 보고가 있다. 배기가스 외에 유리창 세정제, 각종 악취, 꽃가루, 중금속, 탄소, 황 등의 산업용 분진,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의 유입방지를 목적으로 1993년에 BMW, Mercedes등 고급차종에 에어필터(Air Filter)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이후 1999년도를 기준으로 대량 생산용 자동차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동차에는 12종 이상의 필터가 존재하며, 이중에 50% 이상이 섬유소재로, 주로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섬유를 이용한 부직포 형태로 제품화되고 있다.

알루미나 단섬유는 디젤 자동차용 배기가스 촉매 보관 유지재 및 고열 단열재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2007년 세계 시장은 651억엔 규모로 전년대비 123% 성장했으며, 2011년에는 1040억엔 규모로 2007년 대비 160%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브레이크 패드에는 방탄소재로 흔히 사용되는 케블라(Kevlar) 섬유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 섬유는 강도, 탄성, 진동흡수력, 인장강도가 우수하며, 열수축이 적고 가볍고 마모성이 우수하다.

이렇듯 섬유는 자동차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재료이며, 섬유를 응용한 재료나 부품은 그 사용량이나 종류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첨단섬유소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야


향후 자동차의 개발 컨셉은 ‘환경친화 에너지 절감’이다. 이에 따라 생분해성 섬유인 PLA 섬유, 소나무나 노송나무 등의 침엽수에서 뽑아낸 케냐프 섬유 등의 환경친화적 섬유소재의 사용이 시도되고 있으며, 자동차의 경량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을 위해 금속재료를 탄소섬유와 같은 섬유재료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이와 관련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심재윤 선임연구원은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의 저가 차량공세 및 일본 자동차와의 가격경쟁력 저하, 그리고 향후 한미 FTA 체결 후 외국 자동차 업계와의 경쟁체제가 예상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용 섬유재료도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환경규제로 인해 재활용, 에너지 절감 등의 시대적 상황에 준한 방향으로 개발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산업연합회 노희찬 회장은 “유럽과 일본의 경우 산업용 섬유가 전체 섬유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25% 수준으로 앞으로 첨단 고부가가치화 소재 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면서 “정부, 중소기업, 대기업이 각각의 역할을 맡아 공동으로 R&D, 인력개발, 마케팅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