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과감한 투자 없다면 위기 닥칠 것"

2008-09-15 10:56

한국증권업협회 자통법 내년 2월 시행 긴급진단
"대형화.전문화 필수… 금융전문인력 장기 육성"
"금융서비스 수출해야… 해외진출지원센터 설립"

증권업계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과감한 투자 없이 현실에 안주한다면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자통법 시행이 내년 2월로 임박한 가운데 증권업계는 대형화와 전문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전문인력 양성, 해외시장 개척, 수익원 다변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증권업협회는 "자통법 시행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업계 경쟁심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기존 위탁매매 중심인 증권업계 수익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증협은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증권사 영업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포괄주의 도입 또한 회사가 떠안을 법적 위험을 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형화.전문화 필수"=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M&A(인수.합병)를 통한 대형화가 필수다.

자통법 시행에 맞춰 세계적 수준 IB(투자은행)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적이지만 2007년말 기준 국내 5대 증권사 평균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으로 미국 5대 증권사와 비교할 때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증협은 증권사 대형화 방안으로 M&A(인수.합병) 활성화를 제시했다.

증협 관계자는 "현재 업계는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이 절실하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절차를 개선하고 한시적 세제지원 같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 각 분야에서 M&A에 대해 비타협적 행태를 보이는 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사문화를 보다 선진화하기 위한 사회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마다 강점을 살려 전문영역을 특화할 것도 주문했다.

증협 관계자는 "호주 맥쿼리는 인프라펀드로 특화해 세계적 IB로 성장했다. 최근 신설사를 포함해 국내 증권사가 61개사에 달하지만 각사가 전문 분야를 가진다면 과다한 숫자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미국과 일본 증권사수는 각각 5000개와 320개가 넘는다. 국내 증권사도 경쟁력 있는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과 비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인력 턱없이 부족"=금융강국이 되기 위해 금융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적이지만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금융 인프라 개선에 비해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신설 증권사까지 늘면서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 심화로 증권산업 전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증협 관계자는 "국내 업계는 단기 업적주의로 인해 장기 인재육성에 소홀했다. 지금처럼 CEO를 포함한 임직원 실적 평가가 단기 성과 위주에 그친다면 제대로 된 인재육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결과적으로 장기 비전을 실종시키고 글로벌 경쟁에 제한 요인이 된다. 임직원에 대한 장기 실적 평가를 도입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협은 금융전문인력 양성을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초 금융투자전문인력양성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기존 연수프로그램 외에 해마다 30억원 추가재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산학연계를 통해 매년 200명 규모 고급전문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증협 관계자는 "정부.업계.대학 사이에 인력양성을 위한 유기적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연수기관과 대학을 잇는 산학연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산학연계 학위과정 개설이 대학 정원 한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유연한 정원 적용을 포함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협은 금융연수기관 프로그램에 대한 국가인증 도입도 정부가 해야 할 제도적 지원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금융서비스 수출해야"=해외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동안 제조업체가 물건을 만들어 팔았다면 지금은 증권사가 금융서비스를 수출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동남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이 문화적.지리적 측면에서 진출하기에 용이했다. 하지만 특정국가 쏠림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지역특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증권업계 해외진출이 특정국가에 몰리면서 베트남을 비롯한 일부국가에서 진출비용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증협은 이같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증권업계 해외진출을 본격 지원하기 위한 이머징마켓 진출지원센터를 이달 안에 열 계획이다.

증협 관계자는 "이머징마켓 진출지원센터를 통해 정부가 설립할 예정인 금융중심지 지원센터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겠다. 증권업계가 이같은 지원조직을 적극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머징마켓 진출지원센터는 회원사로부터 해외진출관련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창구가 될 것이다. 또한 이머징마켓 금융산업 현황을 조사해 자료집을 발간하거나 이머징마켓 금융업 종사자를 초청해 한국자본시장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증협, 금융전문가 요람 우뚝 한국증권업협회(회장 황건호.맨앞 오른쪽 두번째)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자본시장을 이끌 금융공학 전문가 요람으로 우뚝 섰다. 올 8월초 증협과 KAIST는 '파이낸셜 엔지니어링 최고 전문가 과정'을 통해 파생상품 전문가를 비롯한 졸업생 30여명을 첫 배출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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