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급증···경제 회복에 '걸림돌'

2008-09-08 08:35

고물가,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 붙은 데다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까지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금융시장 불안으로 패닉 상태에 휩싸인 국내 경제의 골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체 가계신용잔액은 660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약 20조원이 늘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 186조1000억원에 비해 3.5배에 달하는 액수다.

2008년 추계 가구수를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약 4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5년 전 2001년 6월말에 비해 두 배나 커졌다. 여기에 대출 금리마저 오름세를 보이면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더욱 늘고 있다.

7월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달에 비해 0.19%포인트 상승한 7.12%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가계의 가용소득에 의한 금융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2007년말 현재 1.48배를 나타냈다. 이는 2006년말의 1.43배보다 확대된 것으로 2004년말 1.27배, 2005년말 1.35배 등으로 계속 커지는 추세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가계의 채무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계부채 문제는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내수 침체의 장기화로 몰아가게 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기관이 연체율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아직까지 부실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물가로 민간소비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더해지면서 부진의 폭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거시경제적인 위험 요소임은 틀임없다"며 "지금처럼 환율이 오른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어 가계의 채무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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