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뜨거운 감자’ 대생을 먹긴 했으나...

2008-08-29 09:23
오는 국정감사, 대생인수과정 관련 ‘파열음’ 일 듯

대한생명 매각 인수를 둘러싼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그룹의 치열한 법적 분쟁이 이달 초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가 최종적으로 한화의 손을 들어주면서 3년여 만에 일단락 됐으나 포연(砲煙)은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정치권과 일부 사회권이 최근 예보와 한화를 싸잡아 “국회에서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엄포, 오는 10월 중순 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정감사에서 대생 인수과정을 면밀히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

이에 한화 측은 “전형적인 기업 활동 발목잡기”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어 이들간의 힘겨루기는 또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정’

대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2001년 10월 한화그룹이 호주계 맥쿼리 생명, 일본 오릭스 금융그룹 등 외국계 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발발했다.

하지만 당시 매각심사소위원회는 한화가 부채비율을 비롯 계열사에 대한 분식회계, 한화종금과 충청은행 등 부실종금사의 대주주였던 점을 들어 인수 부적격 업체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이듬해인 2002년 10월 대생인수에 성공하자 정치권에 대한 로비, 맥쿼리와의 이면계약, 정부의 특혜 등 한화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검찰은 2005년 전격적으로 대생 인수 의혹 조사에 착수,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관계자에 대한 로비의혹이 일부 포착되기도 했으나 2006년 6월 대법원은 한화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맥쿼리 생명이 지분 3.5%를 차익 없이 한화에 넘긴 데 대해 법원은 “한화와 맥쿼리와의 계약은 이면계약이 아닌 컨소시엄 당사자 간의 내부 약정”이라면서 이면계약 논란을 잠재웠다.

또한 한화가 예보 보유 대한생명 지분 49% 중 16%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자 예보는 즉각 반발, 2006년 7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국제 중제를 요청했으나 지난 1일 ICC는 ‘문제없음’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려 장기간에 걸친 힘겨루기는 일단락 됐다.

이 과정에서 총 80억원이 넘는 법률적비용이 정부 주머니에서 빠져나가 예보의 무능함이 도마 위에 올려지기도 했다. 

◇ 정치-사회권 “국감 때 다시보자”

금융감독원 감사직을 거쳐 17, 18대 국회에 입성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생 인수논란을 오는 국감장에서 다시금 꺼내든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은 ICC 결정소식을 접한 직후 “국회가 열리면 책임소재를 따질 것”, “(한화에게) 패소한 예보가 소송비용을 내는 문제를 추궁할 것”등 날선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 의원은 28일 “(국감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은 국회를 통해, 국감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그는 “ICC 에서 한화 쪽의 손을 들어준 만큼 대생 인수 프로세스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논란은 어느 정도 끝난 것으로 본다”면서도 “(대생 인수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다른 부분들도 있으니 진실 규명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아울러 “당시 한화가 (대생인수) 자격이 없었음에도 대생을 헐값에 인수한 것에 대한 추궁은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예보를 정 조준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은 같은 날 “콜옵션 계약의 경우 (한화의 대생) 인수계약 체결당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당시 정부가 공개한 옵션 항목 중 한화에 대한 콜옵션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콜옵션이 체결된 경위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예보가 물어야 한다”면서 “국감 때 예보를 불러 (콜옵션 체결 경위를) 따져야 한다. 향후 공기업 매각 시 예보가 정확하고 엄격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역시 최근 논평을 통해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고도 (한화에게) 제값을 받기는커녕 콜옵션까지 보장해줬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 한화 “전형적인 기업 발목잡기”

반면 한화는 대생 인수과정에 문제없음이 국내․외 법적 절차를 통해 증명된 만큼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눈치다.       

한화 관계자는 다만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함에 있어 전략적으로 다른 사람(전략적, 재무적 투자가 등)을 끌어들이게 되는데 그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어떻게 우리와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나”면서 편의적 차원의 이면계약임을 강조했다.

M&A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

그는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편의제공을 하지 않으면) M&A에 참여할 사람(투자자)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또다시 문제 삼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기업 발목잡기에 다름 아니”라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정치인들이 이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지 않느냐. 이에 대한 정치권의 행보에 따라 사측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대생이 시장에 나왔을 때 최종 입찰자가 미국 메트라이프와 한화 컨소시엄 두 곳 뿐이었다”고 언급한 뒤 “매트라이프는 (입찰가로) 마이너스 1조 얼마를 냈다. 오히려 정부가 돈을 더 줘야 대생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일부 정치권과 사회권은 한화가 대생을 인수한 뒤) 회사가 좋아진 것은 생각 안하고 헐값 매각 운운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국정감사는 국회법상 9월10일부터 20일 간 할 수 있으나 국회 교섭단체 간의 협의 결과에 따라 그 일정은 유동적이다. 정치권에서는 10월 중 실시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