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리포트] 베트남 교민들 "마음은 벌써 고향 앞으로"

2008-09-03 08:03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일주일 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데다 몇 년 새 최악의 경기 불황까지 더하며 이래저래 불편한 심기지만 교민들의 마음만은 벌써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

시내 떡집들은 추석맞이 각종 선물 제작으로 분주하고 사정상 한국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은 단체로 차례 상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조상도 모시고, 휴가도 즐기고
   
 
(사진 : 베트남 추석을 앞두고 거리 곳곳에 어린이 선물용 등불의 일종인 롱 뗀 쭝 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여느 해와 달리 유난히 빨리 찾아 온 추석으로 여름휴가를 미뤄 한국의 추석 연휴와 맞춰 일정을 잡은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빈증의 한 제조 회사에 다니는 오모(38)씨는 여름휴가를 한 달 가량 늦춰 이번 추석 기간에 한국을 다녀 올 예정이다.

오씨는 “휴가도 갈 수 있고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친지들도 만날 수 있어 이번 추석은 무척 기대된다”며 “주위에도 휴가를 미뤄 추석을 쇠러 가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김모(42)씨는 아예 한국에서 가족들이 베트남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업무 특성상 베트남을 떠날 수 없는 김씨는 대신 여름휴가를 미뤄 베트남에서 가족들과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

▲마음만은 고향 앞으로
회사 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베트남에서라도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인이 많은 기업체의 경우 추석 당일 자체적으로 합동 차례를 지내거나 남편의 직장 때문에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부녀자들은 한데 모여 송편을 빚어 먹기로 했다.

60여명의 한국 직원이 근무하는 화승 비나는 오는 추석에 베트남에 남은 4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합동 차례를 지낼 계획이다. 비록 이역만리 떨어져 친지들과 함께 하진 못하지만 조상에 대해 감사하고 타향살이에 대한 외로움을 함께 달래자는 취지다.

수 년 째 합동 차례를 지내온 베트남해병대전우회 역시 올해 추석에도 회원들을 모아 단체로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또 차례를 지낸 이후에는 함께 어울려 윷놀이를 하는 등 한국의 추석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작정이다.

▲추석이 더 바쁜 사람들
명절만 되면 더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떡집과 정육점 등 추석 선물을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한국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선물을 구할 수 없는 탓에 한국 떡과 고기는 교민들 사이에서도 인기 선물로 통하기 때문이다.

푸미흥의 해피데이 떡집 김선옥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선물용 떡의 예약주문과 송편 등 차례용 떡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9월부터는 주문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민족 고유 명절인 한가위를 가족들과 함께 송편을 빚으며 보내려는 교민들은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침체로 베트남의 추석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올 상반기 한국기업의 베트남 투자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에서는 경기 악화로 저평가된 베트남 현지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이 최근 발표한 ‘베트남, 상반기 M&A시장 위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트남의 현시점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베트남 기업들에 대한 M&A의 적기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베트남의 M&A시장은 총 48건에 3억4천700만 달러의 거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건, 7억3천600만 달러에 비해 금액으로 52.8%나 감소한 수치다.

이는 불안한 베트남 경제 상태로 투자자들의 투자 보류와 베트남 동화 환율 상승세에 따라 달러 기준 자산가치가 보다 하락한 시점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의 투자시기 조절에 따른 것으로 코트라는 분석했다.
   
 
(사진: 경기침체를 맞아 해외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HSBC가 베트남에서 주최한 테니스 대회 우승자들)


코트라는 그러나 이 같은 시장의 단기적 위축세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이고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증가에 따른 대형 소비시장의 형성과 외국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 WTO 가입에 따른 제도 정비 등 환경 개선은 베트남의 M&A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는 것.

특히 아직까지 신규 진출이 제한된 서비스 분야의 경우 시장 선점 등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M&A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트라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 M&A조사단을 파견했다.

이번 조사단은 국내 13개 기업이 참여해 현지 매물 기업을 확보하고 있는 M&A 중개기관들과의 설명회 및 상담회를 통해 베트남 진출 기회를 모색했다.

국내 기업들과 현지 관련기관들이 한곳에 모여 동시에 M&A 상담회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첫 시도이다.

코트라 홍순용 해외진출지원실장은 “외국인들은 베트남의 현재 상황을 투자의 호기로 삼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투자가들은 주춤하고 있어 향후 베트남 시장 확보에 차질이 우려 된다”며 “이번 조사단 파견은 국내기업의 베트남 투자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호찌민 교민신문=황재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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