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주가 하락, 인수협상 새 '변수'
국내 증시 불안으로 외환은행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론스타와 HSBC 간의 외환은행 인수가격 재협상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3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론스타와 HSBC가 맺은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이 지난달 말 만료됐지만 HSBC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가격 재협상이 끝나지 않아 HSBC가 이사회에서 계약 연장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4일 열리는 HSBC의 기업설명회에서도 연장 여부를 발표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외환은행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가자 HSBC는 인수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주가는 계약 체결 시점인 지난해 9월3일 1만4600원에서 이달 1일 1만3050원으로 1550원 하락했다. HSBC로서는 가격 인하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론스타와 HSBC는 지난해 9월 주당 1만8045원에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올 2월 계약 자동연장의 조건으로 주당 가격을 380원 인상했지만 지난 3월 외환은행이 주당 7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자 이를 반영해 주당 1만7725원으로 재조정한 상태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외환은행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헐값에 매물로 나올 수 있어 HSBC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론스타가 HSBC의 요구를 수용해 인수가격을 낮출 지는 미지수다.
리처드 웨커 행장이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은행 가치는 1년 전보다 상승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옾아질 것"이라고 자신하는 등 최근 외환은행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양 측이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를 본 뒤 조만간 조정된 인수가격으로 매매계약 연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한 심사를 재개한데다 법원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재판을 서두르고 있어 론스타와 HSBC가 가격 문제로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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