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매달 신기록 갈아치워
물가와 관련된 모든 지표들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9% 급등하면서 5%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생산자물가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도 이같은 물가 급등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고유가 현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어서다.
◆ 물가 지표 연일 신기록 행진 = 10일 한국은행은 5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1.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98년 10월 11.7%의 상승률을 기록한 후 9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오는 14일 발표될 예정인 5월 수입물가 상승률도 지난 4월(31.3%)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6월 물가 지표는 전달에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물가 앙등은 고유가에 기인한 바가 크다. 윤재훈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5월 생산자물가도 경유(10.3%)와 등유(14.7%), 휘발유(7.2%) 등 유가 상승에 영향을 받아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 언제까지 이어질까 =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 급등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환율도 네자릿수를 유지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9일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140달러선을 위협하고 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6~7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평균 4~4.5%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보고서를 통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에 달하고 근원물가지수 상승률도 전월(3.5%)보다 높은 3.9%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라며 "이같은 추세가 상당 기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3분기에 고점을 찍은 후 4분기부터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하락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한은 금리인상 카드 만지작 =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물가가 지금처럼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에 금리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정부도 성장보다는 물가안정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상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금리 및 환율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물가가 더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위축이 심화되고 경상수지도 적자를 보이거나 소폭 흑자를 내는 데 그치는 등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결국 금리인상 카드를 빼들 수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입장에서는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와 경기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승 기자 hssong0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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