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치솟기 시작한 서울 강북 집값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11일 정부의 강북 집값 안정대책이 발표되자 이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던 노원구의 기세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거래 문의도 줄고 호가 상승세도 주춤해졌다는 게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노원구의 집값 급등현상은 이미 서울 강북권은 물론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빠르게 퍼진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정부의 강북 집값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특히 주택거래신고제를 적극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강북 지역 특성과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13일 노원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정부의 강북 집값 안정대책 발표 후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고 호가 상승세도 멈췄다. 상계동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 초부터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설이 나돌면서 매수세가 주춤해졌다"며 "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부담도 커 당분간은 매매가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조사한 아파트 매매가 주간 변동률을 보면 노원구는 지난주 0.68% 올라 전주(1.13%)보다 오름폭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하지만 노원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노원구만 해도 올 초 이미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중계동은 정부의 집값 대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다소 줄었을 뿐 큰 동요는 없는 모습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조달계획서가 필요없는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연초 신고지역으로 지정된 후에도 별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이 되면 전용면적 60㎡(18평)가 넘는 아파트를 사고 팔 때는 15일 안에 거래가를 신고해야 한다. 6억원이 넘는 주택은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도 첨부해야 한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요건은 주택가격상승률이 △ 최근 1개월 1.5% 이상 △ 3개월 3.0% 이상 △ 연간상승률 전국 평균 2배 이상인 지역이다.

이날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7152가구로 노원구에서 매매된 아파트(1038가구)가 전체의 14.5%로 가장 많았다. 거래가 활발했던 만큼 매매가도 크게 올라 3.3㎡당 1140만원을 기록했다.

노원구 아파트값은 국민은행 시세 조사에서도 지난달에만 5.7%나 오르는 등 올 들어 1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노원구는 물론 최근 강북의 집값 상승세는 중소형이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노원구는 전체 14만9447가구 중 60% 가량(8만7566가구)이 60㎡ 이하로 주택거래신고 대상이 아니다. 이들 중소형 아파트는 실거주 대기 수요가 많아 실수요가 이어지는 한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도봉ㆍ 중랑구는 오히려 지난 한 주간 노원구의 집값 상승률을 앞질렀다. 노원구 일대로부터 전해진 집값 강세 현상에 총선 기간 쏟아진 뉴타운 개발 공약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지난주 집값 상승률 1.05%로 노원구를 추월한 도봉구의 경우 중소형 물량이 많아 매수 문의가 여전히 활발한 편이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매도자들은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돼도 집을 파는 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서민형 아파트가 많아 매수 문의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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