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생명체-장내세균 공생 원리 규명
국내 연구진에 의해 생물체가 특정 유전자를 통해 스스로 항균 면역시스템을 약화시킴으로써 장내(腸內)세균을 보호하며 공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몸안에 있는 수많은 종류의 세균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밝혀낸 것으로 장염증 질환 등의 원인 규명과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와 유지환 박사ㆍ김성희 씨(박사과정)는 24일 초파리를 이용해 생명체가 장내세균과 공생하기 위해 '코달(caudal)'이라는 유전자를 통해 항균 면역시스템을 억제, 장내세균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5일자 인터넷판에 이 연구를 '전문게재논문(Research Article)'으로 싣고 매사추세츠대 의대의 감염질환 권위자인 닐 실버먼 박사와 니컬러스 파켓 박사의 논평과 함께 비중 있게 소개했다.
모든 생명체의 장에는 유익하거나 해로운 세균이 있고 인체에도 500종 이상의 장내세균이 인체 세포(약 10조개)보다 10배나 많이 있으나 생명체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장내세균과 공생할 수 있는지는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이 교수팀은 초파리 모델을 이용해 생명체가 장내세균과 공생하기 위해 항균 면역시스템을 최소한으로 억제해 장내세균을 보호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코달' 유전자가 항균 면역시스템 억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코달 유전자가 정상 발현된 초파리의 장에서는 이로운 초산균(A911)이 10만 마리 이상, 해로운 초산균(G707)이 1천마리 정도로 균형을 이뤘으나 코달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자 이로운 균이 1천 마리 이하로 줄고 해로운 균이 1만 마리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세균 간 균형이 깨졌다.
이렇게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자 초파리의 장에서는 세포사멸(apoptosis)로 장세포가 죽고 염증반응 등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죽는 비율도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대 의대 닐 실버먼 교수는 논평에서 "이 연구는 생명체가 면역시스템을 조절해 병원성 세균을 억제하면서 장내세균의 균형을 유지하며 장내세균들도 생명체의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는 생명체와 장내세균의 공생시스템이 깨지면 유익한 세균이 줄고 나쁜 균이 증가해 장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이는 장내세균과의 공생관계 불균형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장염증 질환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