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절반 이상 '자본잠식' 상태
국내외 증시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투자 원금을 까먹은 주식형펀드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자산운용협회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공모 주식형펀드 596개 중 17일 현재 순자산총액이 설정액을 밑도는 펀드는 322개로 전체의 54%에 달한다.
설정액은 펀드 투자자가 운용사에 맡긴 투자원금이며, 순자산총액은 펀드의 현재 가치로 설정액에 운용수익을 더한 것이다.
따라서 수익이 생겼다면 순자산총액은 설정액을 웃도는 것이 정상이지만, 증시 급락으로 단기 손실폭이 커지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으로 치면 설정액은 납입자본금, 순자산총액은 자본총계에 해당돼 경영상 손실로 '자본잠식'이 발생한 셈이다.
'자본잠식' 상태의 주식형펀드 322개 중 173개(54%)가 국내 주식형펀드이고 나머지 149개(46%)는 해외 주식형펀드다.
특히 작년 말 증시가 고점을 찍을 무렵 자금이 크게 몰렸던 인기 펀드들의 경우 원금 손실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펀드 중 최대 규모인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ClassA'는 순자산총액(2조9천304억원)이 설정액(3조7천655억원)을 22% 이상 밑돌고 있으며,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3ClassA', '봉쥬르차이나주식1' 등도 순자산총액과 설정액이 10~20% 가량 역전된 상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펀드도 투자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손실이 날 수 있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올해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철저한 분산투자로 위험관리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국내 증시 급락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전체 순자산총액(69조5천524억원)과 설정액(71조1천538억원)이 지난 16일부터 역전됐다.
해외 주식형까지 포함한 주식형펀드 전체나 채권형 등을 합친 펀드 전체도 작년 말 20조원 이상 벌어졌던 순자산총액과 설정액의 격차가 2~3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증시 급락에도 저가 매수세의 유입으로 설정액은 늘고 있지만 순자산은 줄고 있어 지금 추세대로라면 수 일 안에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