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헌소 기각…"선거에 부당 영향 안된다"

2008-01-17 17:46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지만 선거와 관련해서는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두환 재판관)는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노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1항은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며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 지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선거활동에 관하여는 선거중립의무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청구인의 발언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야당의 당내 경선이 이뤄지는 시점에 야당 유력후보를 비난하고, 그들의 정책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비판한 것으로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선관위의 조치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은 기본권의 수범자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으나, 일반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해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받을 때는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의 이 사건 발언은 대통령의 직무에만 관련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 등은 경고로 봄이 상당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줄 수 있음이 명백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며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이 적법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만 적법하다.

노 대통령은 작년 6월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의 강연에서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을 비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선관위로부터 6월7일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3차례에 걸쳐 비슷한 취지의 발언으로 선관위로부터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조치를 받았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작년 6월21일 우리 헌정사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