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7개월째 흑자지만…수출 증가율 1.2%로 '뚝'(종합)

2025-01-08 11:21
수출 증가율 2023년 10월 반등 후 최저치
반도체만 나홀로 30% 수출 호황 지속
석유(-18.6%)·자동차(-14.1%)·기계(-12.5%)
수입이 4.4% 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은 ↑
"수출 증가율 둔화하겠지만 수출 증가세는 유지"

(왼쪽부터) 안용비 국제수지팀 과장, 송재창 금융통계부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이영우 국제수지팀 과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11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1.2%까지 내리며 뚜렷한 둔화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호황이었지만 그외 석유와 자동차 수출 등 전반이 부진했다. 그러나 원자재·소비재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상수지는 7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경상수지는 93억 달러(약 13조50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적자(-2억9000만 달러)를 낸 뒤 5월(89억2000만 달러)·6월(125억6000만 달러)·7월(89억7000만 달러)·8월(65억2000만 달러)·9월(109억4000만 달러)·10월(97억8000만 달러)에 이어 7개월 연속 흑자다.

흑자액은 2023년 11월(38억9000만 달러)보다 많지만 지난해 10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1∼11월 누적 경상수지는 835억4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 같은 기간(280억7000만 달러)보다 554억7000만 달러나 늘었다.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규모는 2015, 2016년 이어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은의 연간 전망치(900억달러) 대비로는 64억6000만 달러 부족한데 12월에도 상품수지 흑자가 예상되면서 무난하게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2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흑자 규모는 조사국 전망치 9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 1.2% 증가, 수입 4.4% '뚝'···수출 증가율 반등 후 최저치
[표=한국은행]
11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97억5000만 달러)가 2023년 4월 이후 20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흑자 규모는 10월(81억2000만 달러)과 비교해 16억3000만 달러 늘었다.

수출(571억 달러)은 1년 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3년 10월에 1년 2개월 만에 반등한 뒤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수출 증가율은 10월(4.0%)이나 전년 11월(6.7%)보다 낮아졌다.

품목 중에서는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29.8%)·정보통신기기(8.5%)·철강제품(0.8%)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9.1%)·EU(0.9%)에서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석유제품(-18.6%)·승용차(-14.1%)·기계류 및 정밀기기(-12.5%)·화공품(-6.8) 등 대부분 영역에서 뒷걸음쳤다.

송 부장은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등 IT품목은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면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석유제품과 승용차 등 수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제품은 9월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승용차는 11월 초까지 주요 부품업체 파업으로 완성차업체의 부품 재고가 소진되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가운데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입(473억5000만 달러)은 전년보다 4.4%나 줄면서 상품수지는 오히려 흑자 규모가 커졌다.

석유제품(-19.4%)·화공품(-17.2%)·석탄(-9.5%)·원유(-16.8%)·석탄(-12.5%) 등 원자재 수입이 10.2% 감소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국제유가와 나프타 등 석유제품 도입 단가가 하락하면서 원자재는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소비재 수입은 11월 말 폭설 영향과 소비심리 악화로 승용차(-30.9%)·곡물(-10.2%)을 중심으로 6.3% 감소했다. 반대로 반도체 제조장비(77.4%)·반도체(24.5%)·정밀기기(0.6%) 등 자본재 수입은 11.3% 늘었다.
여행수지 7.6억 달러 적자···본원소득수지도 줄어
서비스수지는 20억9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전월(-17억3000만 달러)보다 커졌다. 서비스수지 가운데 여행수지는 7억6000만 달러 적자였다. 중국 국경절 연휴 효과 소멸로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다. 운송수지는 2억 달러 적자로 10월(-2억3000만 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다.

송 부장은 12월 여행수지 전망에 대해 "연말이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출국자 수가 증가해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국 불안으로 일부 입·출국이 위축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연말과 겨울방학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9억4000만 달러로 10월(34억5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배당소득수지(6억 달러)가 분기배당 지급 영향으로 전월(24억9000만 달러)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1월 중 97억6000만 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8억4000만 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00만 달러 줄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3억9000만 달러 증가하는 동안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주식 위주로 21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암울한 수출 전망···"증가율 둔화하지만 증가세는 유지"
한은은 수출이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할 순 있지만 수출 증가세 둔화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송 부장은 반도체 수출에 대해 "고부가가치, 고사양 반도체는 수요가 견조한 상황"이라며 "통상환경 불확실성과 중국과의 경쟁, 그간 수출이 좋았던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증가세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수출 증가세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48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긍정적일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부장은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전통적인 시각이었으나 최근에는 생산시설 해외이전 등으로 수출의 환율 탄력성이 과거보다는 약화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수출 경쟁력이 가격보다는 기술경쟁력 등 비가격적 요인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단순히 환율로 수출이 잘 된다기 보다는 품질, 브랜드 경쟁력, 기술경쟁력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부장은 "최근 환율 상승의 특징 중 하나가 달러 강세"라면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리 수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동 자체보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변화 등을 더 유의깊게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 본격 출범하는 데 따른 영향에 관해선 "전반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해 무역이 위축된다면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제 정책 시기와 강도, 주변국 대응 등 정책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캐나다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선 "해당 국가들에 진출한 기업 생산에 영향을 줘 배당소득 등이 감소할 수 있고, 해당 국가로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소재기업들의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중국 관세 부과 영향에 관해서는 "대중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면서도 "예전에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보완관계였지만, 현재는 경쟁 관계로 전환한 측면도 있어 반사 효과가 있을 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