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블루 경보] 자영업자들 "코로나 블루 악몽 떠올라"...탄핵 용품은 불티

2025-01-08 05:00
온라인지출 2주째 감소…배달외식만 나홀로 증가
집회 지역만 내수 활성화…"소상공인 지원책 고민해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음식점이 손님을 위한 테이블을 준비한 채 대기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세종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예년 같으면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신년회 예약이 줄을 이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문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말연시 모임을 장려하면서 작은 기대를 품었지만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로 인한 추모 분위기 속에 물거품이 됐다. 그는 "코로나19 때보다 상권이 가라앉은 것이 느껴진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비상계엄과 탄핵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소비 분위기가 침체하고 있다. 하지만 골목상권 상황과는 다르게 탄핵 집회가 열리는 지역은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집회 관련 물품 소비는 늘어나는 추세다.

7일 통계청 나우캐스트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셋째 주(20일) 온라인 지출은 1년 전보다 1.1% 줄었다. 전주(-2.4%)보다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2주 연속 온라인 지출이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반면 같은 주 배달외식 지출금액은 1년 전보다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숙박 서비스 이용금액이 8.3%, 음식·음료서비스는 0.3%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외출로 인한 소비는 줄인 채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카드 매출액도 감소했다. 가맹점 카드 매출액은 일주일 전보다 9.9% 감소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도 전주 대비 5.3% 감소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자 소비를 줄인 채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탄핵 시위와 관련된 지역에는 인파가 몰리면서 소비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생활 인구는 광화문과 국회, 용산 등 대표적인 집회 중심지에 모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첫 토요일인 지난달 7일 오후 7시 기준 종로1~4가동과 여의도에는 각각 6만5474명과 23만7032명이 모였다. 대통령실 근처인 한강진역 부근에도 6만7232명이 있었다. 

같은 시간 먹자골목이 있는 서울 주요 중심가는 한산했다. 명동에 있었던 사람은 3만9866명으로 전주(4만4572명)보다 10.6% 줄었고 연남동에 있었던 사람은 2만2600명으로 전주(2만3630명)보다 4.4% 빠졌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기 직전인 오후 5시 기준 종로1~4가동 8만2354명과 여의도에는 각각 41만1526명이 모였다. 용산에는 7만7275명이 있었다. 광화문과 여의도, 용산에 사람이 몰렸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 유동인구가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난달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현황에 관한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피해를 봤다고 답한 사례는 46.9%로 절반에 육박했다. 주요 피해 사례는 '송년회 등 연말 단체회식 취소'(외식업)와 '여행객 투숙 취소 및 안전 여부 문의'(숙박업) 등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안 가결로 골목상권은 얼어붙은 대신 저렴한 물건 위주로 '집회 특수 소비'만 늘었다. 통상 콘서트장에서 사용하는 '응원봉'과 'LED 촛불'이 연일 이커머스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집회로 인해 인근 편의점에서는 LED 촛불에 들어가는 건전지 판매가 3~4배 늘고 핫팩 판매가 10배 이상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비상계엄·탄핵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를 선별해서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