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리포트] 백화점의 진화…명품 구매부터 MZ 놀이터까지
2025-01-08 06:00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은 다양한 상점이나 상품 따위를 한 건물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형태의 대형매장을 말한다. 일종의 ‘대형시장’ 성격인데 ‘백화점(百貨店)’이라는 단어 그대로 수많은 재화를 갖추고 있는 상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단순한 소비를 넘어 체험형, 체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소비의 트렌드도 고가의 럭셔리 소비보다 가치 소비로 바뀌는 등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국내 백화점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고물가와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핵심은 ‘백화점이 백화점 같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백화점과 쇼핑몰, 마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복합몰’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또한 한때 쿠팡 등 온라인 이커머스 기업의 추격으로 온라인 강화에 힘썼던 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의 리빌딩을 통해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롯데의 신개념 쇼핑몰인 ‘타임빌라스’를 밀고 있다. 롯데는 롯데몰 수원점을 타임빌라스를 리뉴얼해 쇼핑, 엔터테인먼트, 숙박, 주거, 업무, 컬처 및 아트 콘텐츠가 결합된 ‘멀티 콤플렉스’로 개발했다.
롯데는 타임빌라스 수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국에 오픈 예정인 쇼핑몰 13개 중 11곳을 타임빌라스로 만들 계획이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전체 면적의 70%를 바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F&B 매장을 대거 늘리고, 팝업 스토어존도 대폭 확장했다.
그동안 다점포 전략을 추진했던 롯데백화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상권에서의 마켓 리더십 구축’을 목표로 주요 점포 8곳의 럭셔리·프리미엄 MD(상품기획)를 강화하고 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 정기주주총회 영업보고서를 통해 ‘비효율 점포 재조정’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이마트와 계열 분리를 선언한 신세계는 VIP고객 집중 전략으로 ‘매출 10조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부동의 1위인 강남점이 ‘3조 클럽’, ‘2조 클럽’인 부산 센텀시티를 쌍두마차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는 3월쯤 옛 제일은행 본점을 리뉴얼한 명동 본점의 타운화 프로젝트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본관·신관으로 운영하던 것을 럭셔리부티크 전문관 ‘더 헤리티지’와 기존 ‘더 리저브(본관)’, ‘더 에스테이트(신관)’ 등 3개의 관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더 헤리티지’는 초고가 명품 브랜드 매장 위주로 운영될 예정이며, 구매실적 최상위 고객 전용 ‘트리니티 라운지’도 이곳에 마련한다.
변화하는 트렌트에 발맞춰 유통 채널인 백화점을 넘어 고객의 삶에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고객 방문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의 업(業)”이라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선순환 비즈니스 환경 조성, 창의적인 혁신,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 등 세 가지를 골자로 한 청사진을 내놨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하이엔드 큐레이션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 국내 최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 글로벌 랜드마크 ‘신세계스퀘어’를 선보이며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광주 복합개발을 비롯해 송도, 수서, 센텀C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영역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신세계는 향후 개발 계획과 중·단기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를 발표하고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백화점 본업 경쟁력 강화 방침으로는 강남점과 본점, 센텀시티, 대구점 등 주요 점포 리뉴얼, 2028년 광주점 확장을 시작으로 수서점(2029년), 송도점(2030년)을 랜드마크형 백화점으로 복합 개발해 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함께 신규 출점 확대 등 사업 부문별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업계 최단기간 매출 1조원 돌파 기록을 세운 ‘더현대 서울’의 성공 신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커넥트현대 청주를 시작으로 2027년 더현대 광주(가칭)와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가칭) 출점을 준비 중이다. 신규 출점을 통해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경영 모델을 구축하고 광역시 5대 거점 유통망을 확보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점을 ‘커넥트현대’란 이름으로 리뉴얼해 문을 열였다. 커넥트현대는 사람, 장소, 문화를 연결(커넥트·connect)하는 플레이그라운드란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지역 특화 도심형 복합쇼핑몰’을 표방한다.
커넥트현대는 MZ세대의 놀이터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매장 곳곳에 전시 또는 체험형 문화예술공간을 마련했다. MZ세대가 소셜미디어 인증 사진을 촬영하고 싶도록 공간을 꾸민 것이다. ‘영앤럭셔리’ 위상 강화를 위해 더현대 서울은 오픈 이후 최대 규모의 MD 개편도 진행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과 교수는 “부의 상징이었던 백화점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워졌다”며 “리뉴얼, VIP고객, MZ세대 등의 몇 가지 경영 키워드를 통해 불황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