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법원 판단 변수

2024-12-30 16:59
공조본, 서부지법에 체포영장 청구...헌정 사상 최초
尹 측 의견서 제출...."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체포 영장 청구"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을 이번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비상계엄에 동참한 다수 관계자들이 계엄 포고령 작성, 국회 봉쇄, 국회의원 체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탈취 등 불법 행위들을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2인자로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윤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 "국회의원들을 다 체포해" "2번, 3번 계엄령을 선포하면 된다"는 발언 등을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판단은 이제 법원 몫이 됐다. 서울서부지법은 공수처 영장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르면 이날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우선 체포 요건을 따져보면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이미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했던 군 수뇌부 대부분과 경찰 지휘라인이 구속된 상태고, 김 전 장관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에 체포영장 발부 조건인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에 대해 법원이 공수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그간 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점도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 수사에 대한 수사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수사기관 측 출석 요구에 불응했던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체포 영장을 청구하자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의견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을 만나 "체포영장은 부당하다.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한 체포 영장 청구"라며 "형사소송법상 청구요건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양측 주장을 모두 따져본 뒤 공수처의 수사가 적법한지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만약 공수처가 윤 대통령 내란 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면 영장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영장이 발부되어도 대통령실 경호처가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만약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고 막아서면 수사기관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만일 있을지도 모를 충돌에 대비해 공수처는 경호처에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