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대전환 시대, 관점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2025-01-09 10:17
2024년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미증유의 초변화와 초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이 증폭된 한 해였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세계는 이른바 ‘대전환 시대’가 가속될 전망이다. AI(인공지능)를 위시한 디지털 기술이 디지털·AI 대전환을 촉발하고, 기후위기가 그린 대전환을, 세대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신냉전 시대가 문명 및 사회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상이 총체적으로 바뀌는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관점이 바뀌어야 기준과 인식이 바뀌고 목표와 전략이 바뀐다. 관점을 바꿔야 생존도 가능하고 발전도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앞이 예측 가능한 직선 도로였다면 이제부터는 예측하기 어려운 곡선 도로다. 포뮬러 원과 같은 자동차 경주에서 직선 도로에서는 모두 전속력으로 가기에 순위가 바뀌기 어렵다. 순위는 곡선 도로에서 바뀐다. 너무 빨리 가면 탈선하거나 전복되고, 너무 안전하게 천천히 돌면 추월당한다. 직선 도로의 선두 주자들도 곡선 도로에 접어들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낙오되기 십상이어서 후발 주자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직선 도로의 관점을 곡선 도로의 관점으로 바꿔야 자동차 경주의 승자가 될 수 있듯이 대한민국호가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려면 관점의 전환이 시급하다.
대전환 시대에 바꿔야 할 관점을 정리해 보자. 무엇보다도 먼저 인류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시대정신과 패러다임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과거 세계는 대량생산·소비 중심의 고성장 시대를 구가하며 관점이 성장의 속도에 모아졌다. 그 결과 인류 사회는 기후·환경 위기, 식량·자원 위기, 핵전쟁 위기, 신냉전 위기, 사회 양극화 등 급증하는 지속 불가능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작금의 대전환 시대에는 인류 공멸의 지속 불가능성에 대응하여 환경, 사회, 궁극적으로 인류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관점 및 인식이 인류 사회의 새로운 목적 및 미션이자 세계적 시대정신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미국 CES(소비자전자쇼)에서도 작년부터 ‘모두를 위한 인류 안보(Human Security for All)’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두 함께 환경, 식량, 건강, 개인 안전 및 이동성, 공동체 안보, 경제, 정치적 자유, 기술 등 8가지 분야에서 인류를 위험에서 구해내자고 역설하고 있다.
셋째로, 우리 성장 전략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과거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를 만든 국가 성장 전략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었다.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하며 과거 성공 요소였던 생산성과 효율성이 약화됨에 따라 성장 전략의 관점은 혁신성 및 전략적 방향성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만의 새로운 혁신을 기반으로 한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선도자’ 전략이 성공하려면 ‘초격차 기술’로 불리는 기술적 수월성도 중요하나 이것만으로는 어렵고 세계인에게 환경·사회·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 및 해법을 제시하고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빠른 추격자’ 시대의 기술 및 제품 중심 관점에서 인류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선도자’ 시대의 목적 및 미션 중심의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미국 농기계 회사 존 디어가 작년 CES에서 자율주행 트랙터 등 농업 테크혁명으로 기후위기와 함께 필연적으로 닥칠 식량 위기에서 인류를 구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이 좋은 예다. 대한민국이 ‘선도자’ 국가가 되려면 인류 사회의 목적 및 미션에 부합하는 새로운 미래 혁신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과학기술, 인문 사회, 문화·예술 분야 등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넷째로, 업의 정의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물론 해외 기업들도 대부분 기술 및 제품 중심으로 업을 정의해왔다. 최근 지속 가능성이 목적 및 미션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적 기업들부터 업의 정의를 목적 및 미션으로 재정의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기존 화장품 제조 및 판매 기업에서 세계인을 아름답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기업으로 업을 재정의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고객의 가치를 올려주는 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인류의 목적 및 미션 중심으로 업을 재정의함으로써 국내외 고객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우리 기업 위상 제고, 직원 사기 앙양, 사업기회 확대 등은 물론 ‘선도자’ 전략을 지원해야 한다.
여섯째로, 대전환 시대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AI에 대한 관점 전환이 중요하다. 환경, 사회, 인류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목적이라면 디지털 및 AI 대전환은 수단이다. 이제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을 대체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첨예한 AI 분야의 글로벌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AI 기술 개발도 필요하나 AI 활용, 즉 AI 대전환(AX)이 더 중요하고 실용적이라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현실적 관점 전환으로 AI 기술에서는 후발 주자로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선도국을 따라잡고 AX 분야, 특히 산업 AX 분야에서는 ‘선도자’ 전략으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산업 AX 분야의 성공 요소가 AI 기술만이 아니라 산업 데이터 및 도메인 노하우가 더욱 중요하기에 우리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다.
대전환 시대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위기의 시대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대한민국이 대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관점을 바꿔 세계를 선도하는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원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