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셧다운 공장이 데이터센터로…소프트뱅크, AI 전초기지 만든다
2024-12-26 06:00
이르면 올해 안에 샤프와 정식 매매계약 체결 예정
공장 부지 60%와 패널 공장 건물, 전원 및 냉각 설비 매입
사카이 데이터센터, 간사이 지역 대형 거점으로
공장 부지 60%와 패널 공장 건물, 전원 및 냉각 설비 매입
사카이 데이터센터, 간사이 지역 대형 거점으로
일본 전자제품업체 샤프는 지난 20일 오사카(大阪)부 사카이(堺)시에 있는 TV 액정 패널 공장 일부를 소프트뱅크에 1000억엔(약 9274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이곳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데이터 처리에 사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입 비용 등을 포함하면 소프트뱅크의 총 투자액은 수천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전망만 확실해지면 올해 안에 샤프와 정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샤프 공장 부지 면적 중 60%에 해당하는 토지와 함께 기존에 세워진 패널 공장, 전원·냉각설비 등을 모두 매입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소프트뱅크와 샤프는 올해 1월부터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6월에는 공장 부지와 시설 일부를 매입할 수 있는 독점 협상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오사카 제2의 도시 사카이에 건설된 샤프 공장은 2007년 세계 최초로 액정표시장치(LCD)를 개발한 샤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LCD 패널 공장으로 야심 차게 가동을 시작한 곳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패널 수요가 급감했고, 곧 저가의 중국산 패널이 세계 시장을 잠식하게 됐다.
이후 일본 내 생산을 고집하던 일본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하나둘 거점을 중국 등지로 옮겼고 샤프 역시 2010년 중국 내 패널 생산을 시작했지만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후였다. 2016년 대만 훙하이에 팔린 샤프는 8년이 지난 올해 사카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샤프는 액정 패널 사업의 부진으로 2024년 3월기(2023년 4월~2024년 3월)까지 2년간 총 약 4100억엔(약 3조8023억원)의 연결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그 결과 올해 8월 패널 생산을 전면 종료했고 생산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이처럼 액정 패널 사업에서 부진을 겪은 샤프는 결국 사카이 공장 일부를 소프트뱅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소프트뱅크는 일본 전국 각지 주요 도시에 데이터센터 정비 계획을 세우는 중이었다. 사카이 공장은 전력 수요가 막대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기엔 딱 맞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체 발전·냉각 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인근에는 간사이전력이 운영하는 대규모 화력발전소도 자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일본 정부와 함께 추진 중인 ‘AI 패권 잡기’ 전초기지로서 안성맞춤인 부지였던 것이다.
사카이에 들어설 데이터센터는 소프트뱅크의 간사이 지역 대형 거점이 될 전망이며 2025년 착공,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 용량은 일본 최대 규모인 150메가와트(㎿)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안에 2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GPU는 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B200 등을 구입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이곳을 생성형 AI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운용에 활용하고, 외부 기업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세계는 주도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급속도로 보급되는 생성형 AI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다.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2040년 일본 내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하는 데이터량은 2020년과 비교해 최대 10만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각국도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기업들도 기밀 데이터를 일본 내에서 폐쇄적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며 “소프트뱅크는 이러한 수요를 포착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도 일본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닛케이는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도 일본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세계적인 업체와 일본 통신 대기업이 경쟁하는 구도가 선명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