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시장 판 커진다…소송전 뛰어든 대형로펌
2024-12-17 15:59
'세종' 민희진 vs '김앤장' 하이브 분쟁 주목
하이브-카카오, SM엔터 인수 땐 대거 참전
"엔터 업계 사건은 수임 않던 과거와 달라"
하이브-카카오, SM엔터 인수 땐 대거 참전
"엔터 업계 사건은 수임 않던 과거와 달라"
대형 로펌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K-팝과 K-콘텐츠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로펌에서 엔터 관련 분쟁이 새 먹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적극 수임하고 있다.
17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엔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경영권 분쟁은 각각 법무법인 세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두 대형 로펌이 맞붙었단 소식에 법조계 눈길도 쏠렸다. 세종은 민희진 전 대표 기자회견에도 함께 동행해 로펌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지난해 불거진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는 대형 로펌이 대거 참전했다.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의 법률대리인은 화우가, SM엔터 법률대리는 광장이 맡았다. 당시에도 하이브 측은 김앤장이 맡았고 카카오는 태평양이 대리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엔터업계 사건이 대형 로펌 간 자존심 싸움이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멤버 강탈' 등 논란을 일으킨 더기버스와 어트랙트 간 분쟁에는 화우가 뛰어들었다. 화우는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 고소 등에 도움을 줬다. 태평양은 가수 이승기가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정산 갈등을 빚었을 때 이승기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율촌은 아이돌 가수 강다니엘이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에 휘말렸을 때 강다니엘을 대리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중재를 이끌어냈다.
이처럼 대형 로펌이 엔터업계 사건 수임에 적극 나서는 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K-콘텐츠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관련 분쟁이 복잡하고 다양해졌으며 이에 따라 법률 자문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로펌은 전문팀을 탄탄하게 다졌다.
김앤장은 게임·리조트·엔터테인먼트(GRE)팀을 꾸렸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자문 경력 20년인 은현호 변호사가 팀을 이끌고 있다. 광장도 오래전부터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은우·안혁·곽재우 변호사가 활약 중이다. 태평양에서는 민인기 변호사가 엔터테인먼트·스포츠팀장을 맡고 있고, 오랜 기간 염영표 변호사를 중심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분쟁팀을 운영해 온 율촌은 최근 '엔터 1세대' 최정환 변호사도 영입했다. 세종은 김우균 변호사 등이 이끄는 엔터테인먼트·스포츠팀, 화우는 설지혜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팀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과거에 연예인 사건이라고 하면 대형 로펌 이미지에 맞지 않고 이슈몰이가 될 수 있어 사건을 잘 수임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K-팝이 하나의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형 로펌이 사건도 맡고 결과가 좋으면 홍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형 연예기획사 소송은 인수합병(M&A), 경영권 다툼 등 다른 대기업 소송과 구조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