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中, 트럼프 2기 맞서 위안화 절하 고려"…달러 당 8위안 가나

2024-12-11 18:00
트럼프 고관세 대비책
타국 반발 우려도

중국인민은행[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내달 출범하는 트럼프 2기에 맞서 내년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고관세 정책을 공언한 가운데 이에 맞서 위안화를 절하해 중국산 수출품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으로, 달러 당 위안화 환율이 8위안까지도 솟구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현재의 위안화 환율 관리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위안화 환율 결정에 있어 시장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것을 강조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또한 인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민은행이 무역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 당 7.5위안 수준까지 절하하는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현재 역내 위안화 환율은 달러 당 7.18위안, 역외 위안화 환율은 7.28위안 수준이다. 

이는 트럼프의 고관세 위협에 맞서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언급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9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예년과 달리 '더욱 적극적' 재정정책과 14년 만의 통화정책 완화를 거론하며 본격 트럼프 2기 대비에 나섰다.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 시 10~20%의 보편관세와 함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매길 것이고, 중국에 대해서는 기존의 모든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같은 고관세가 현실화되면 중국산 수입품의 미국 시장 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현재 중국 역내 위안화 환율은 일일 고시 환율 기준 ±2%의 좁은 변동폭 내에서만 변동이 허용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내년에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면 현재의 외환정책 기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사실 위안화 절하는 이미 올해 들어 주요 전문가들이 제시해 온 경제 회복 해법 중 하나이다. 더욱이 전날 발표된 중국 11월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면서 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HSBC의 프레드릭 노이만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 가능성에 대해 "사실 이것은 정책 옵션이다"며 "통화 조정은 관세 효과를 완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위안화를 급격하게 절하할 경우에는 다른 국가들로부터 반발을 초래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던 트럼프 1기에는 2018년 3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2% 이상 절하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달 CNBC가 글로벌 투자은행(IB) 및 경제 연구기관 13곳의 내년 연말 역외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치는 달러 당 7.51위안으로 현재(약 7.28위안)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 중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내년 연말 역외 위안화 환율이 달러 당 8위안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