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후보 "정부 의료개혁 저지할 것" 강경 대응 시사

2024-12-10 16:09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제43대 의협 회장선거 후보자합동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택우·강희경·주수호·이동욱·최안나 후보 [사진=연합뉴스]
의료계 유일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의료 개혁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에 ‘파업 전공의를 처단한다’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정부와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제43대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의협 전 회장), 최안나 의협 기획이사 겸 대변인 등 5인이 모두 참석했다.
 
후보자들은 이번 의료 공백 사태 원인이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강행에 있다고 봤다. 향후 의협이 대신 의료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 공통된 견해를 보였다.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 의대생 보호와 이들의 의협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치했다.
 
향후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선 '강경 투쟁', '근거 기반 정책 토론', '의료 정책에 대한 사과 요구' 등으로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주 후보는 “정부와 정치권이 ‘의사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야겠다’라는 자세를 갖출 때까지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경 입장을 보였다. 의료 왜곡을 촉발한 요인으론 ‘획일적·강제적 건강보험 제도’을 지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후보는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1년 동안 처절하게 대통령 출퇴근길 투쟁 등을 해온 결과 정부가 많이 허물어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처럼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끔 적절한 보상을 위해 수가 지불 방법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직역을 아우른 요구안을 만들어낸 뒤 합리적인 대안을 정부에 먼저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정부가 현안과 정책을 반드시 의료계와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만약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저항의 선봉에 서겠단 뜻도 시사했다.
 
강 후보는 “의료 개혁을 멈추도록 하겠다”며 “어떤 의료체계가 가장 좋을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론 증거와 합의 기반의 정책을 마련해 제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상급병원 구조전환이 아닌 1차 의료를 근간으로 하는 의료체계 구조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최 후보는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의협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고,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처단 문구가 들어간 계엄사령부 포고령 작성자를 공개하고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할 것도 요청했다.
 
한편, 의협 제43대 회장 보궐선거 1차 투표는 내달 2~4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실시된다. 1차 투표 결과 과반을 얻은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2위를 기록한 후보 2명이 7~8일에 결선 투표를 치룬다. 당선인은 8일 개표를 통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