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윤석열 탄핵' 방어는 불가능한 일
2024-12-10 11:53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은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대통령이자 군통수권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령을 통한 친위 쿠데타가 실패로 끝났으면 이를 총지휘한 윤 대통령은 그날 새벽 내란죄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 공수처의 수사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 국군통수권은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께 있다"고 답했다. “내란 수괴 혐의 피의자가 국군통수권을 가져도 되냐”는 질문에도 "법적으로는 현재 통수권자(대통령)에게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법적으로 직무정지된 상태가 아니니 법적으로는 그런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대국민담화에서 “퇴진 전이라도 윤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말했다. 군의 책임자들도 ‘이제는 계엄 지시가 있어도 거부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마당에 윤 대통령이 무슨 지시를 한들 움직일 군도 없어 보인다. 이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고, 내란 혐의에 대한 법적 책임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한 내란의 책임자가 이렇게 대통령의 법적인 권한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윤 대통령이 무슨 일을 다시 기도할 수 있겠느냐 여부를 떠나 그런 행위를 했던 대통령은 즉시 직무정지를 시키는 것이 나라의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그런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7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집단 불참하여 탄핵을 무산시켰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질서있는 퇴진’이다. 여기에는 탄핵을 통한 대통령의 퇴진이 무질서한 과정이라는 의미가 실려있는데, 사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법에 근거한 법적 절차이며, 국회의 의결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거쳐 대단히 신중하게 이루어진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가장 질서있게 이루어지는 대통령 퇴진 방식이 아마도 탄핵일 것이다.
국민의힘이 탄핵이라는 질서있고 명쾌한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그에 반대하고 다른 방식을 찾으려는 것은 야당에게 주도권과 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당리당략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난 다음에 조기 대선을 치르도록 해서 그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시간을 벌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벌려는 생각이라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자진 하야 보다는 탄핵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윤 대통령이 구속이라도 되어 자진 하야 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탄핵은 국회를 통과해도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두 달 가량의 시간이 예상되고, 인용 결정이 나더라도 대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어떻게든 조기 대선을 막겠다는 국민의힘의 생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국민적 역풍을 맞아 당이 궤멸 상태에 처해 대선은 정상적으로 치르지도 못하는 최악의 길이 될 것이다. 탄핵이 보수의 궤멸을 낳는 것이 아니라 탄핵 반대가 진짜 궤멸을 낳는다.
민주당은 매주 탄핵안을 발의해서 토요일마다 본회의 표결을 하겠다고 한다. 1차 탄핵안 투표 때는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하고는 표결에 불참하여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류가 변화하는 모습이다. 1차 투표 때 불참했던 조경태 의원은 “윤 대통령이 늦어도 토요일 오전까지 하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2차 탄핵안에는 모두 참여해서 자유투표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차 투표 때 투표는 했지만 반대표를 던졌다고 했던 김상욱 의원은 2차 탄핵안에는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께 논의하는 의원들의 규모가 탄핵 통과에 충분한 숫자라는 점도 말했다.
여론의 거센 비판에 부담을 느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국민의힘의 당론과는 달리, 오히려 탄핵이 아니고서는 ‘질서있는 퇴진’이 불가능한 현실이 낳는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탄핵 방어선을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탄핵을 막으려다가 국민의힘이 먼저 사망선고를 받게 되었다. 이번 주말의 2차 탄핵안 투표 때에는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이외에는 ‘질서있는 퇴진’의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하고 탄핵 찬성의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로 한동훈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친윤 체제를 만들어 탄핵이 불가능하게 만든 다음, 장기 권한대행 체제로 1년 6개월 뒤에야 대선이 가능하게 한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런 터무니 없는 음모를 국민들이 용납할리 없기에 실현 불가능한 그들만의 망상일 뿐이다.
야당에게도 한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겪었던 일이다. 그 뒤로 민주당은 정권을 잡는 수혜자가 되어 ‘촛불정부’를 자임했다. 그러나 5년 내내 적폐청산의 칼만 휘두르며 편가르기 진영 정치에 매달리다가 다시 정권을 내주게 되었다. 지금의 민주당에서도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인다. 여당은 모두 내란세력이라며 칼만 앞세우는 정치로는 그 때의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여당이 탄핵에 반대하면 위협만 할 것이 아니라 설득을 해서 최대한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이다. 아무리 탄핵이 시급해도 예산안을 볼모로 하는 모습도 합리적이지 않다.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시켜놓으면 대통령을 탄핵했을 때 국정공백의 위험도 사려 깊게 판단해야 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일수록 야당은 이전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수권세력으로서의 신뢰도 가능하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전면에 등장한 야당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 정치의 파행에 책임이 함께 있던 극단주의적 강경파들 일색이다. 윤석열은 내려와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정치인들이 대안은 아니다. 그러니 윤 대통령은 하루 빨리 탄핵되어야 하겠지만, 그 다음의 우리 정치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인 우리 정치이다. 그래도 일단은 어쨌든 탄핵이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전 한림대 사회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