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잔뜩 움츠리는데 강남은 여전히 고가... 초양극화 본격화하나
2024-12-09 15:13
성북구 대단지 10일 만에 4000만원 '뚝'…노원·도봉 평균 매가도 8%↓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 2008년 이후 최대치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 2008년 이후 최대치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체감하는 주변 단지 호가 하락이 심상치 않습니다. 몇 달 새 매수인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쌓인 매물이 좀처럼 소화되지 않아 거래 자체가 되지 않고 있고, 거래가 이뤄져도 급매물 위주여서 실거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노원구 중계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숨 고르기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정국 혼란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초양극화가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미 매매와 경매 시장을 가리지 않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위축이 나타나면서 상급지와 격차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비교적 하락세가 크지 않았던 노도강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3830가구 규모의 서울 강북구 미아동 ‘에스케이북한산시티’ 전용 59.9㎡(24A타입) 매물은 지난 6일 5억8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0월 말 동일 평형 매물이 6억3000만원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개월여 만에 5000여만원이 빠진 것이다.
미아동의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단지의 경우 일정 이상 거래량은 있는 편인데, 올해는 예년 겨울보다도 체감상 거래량이 더욱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강남구 압구정 등 서울 주요 상급지는 최근 다시 신고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압구정동 신현대(현대 9·11·12차) 아파트 전용면적 155㎡는 지난달 23일 71억5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실거래 가격 대비 3억7000만원 상승했다. 같은 단지 전용 152㎡ 역시 이달 71억원에 매매되며 지난 4월(58억원) 대비 13억원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반면 노원구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5억8947만원에서 5억3883만원으로 떨어져 8.6%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격이 5억5470만원에서 11월에는 5억630만원으로 역시 8.7%나 줄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5.5를 기록 중이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 가격으로 나눈 수치로, 지수가 높을수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매에서도 서울 외곽 및 경기 지역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4.9%로 전월(97.0%)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강남권 등 주요 입지 내 신축 아파트가 고가에 낙찰된 반면, 일부 지역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하락하는 등 지역별·단지별 양극화 현상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의 경우 입찰에 9명이 몰리며 감정가의 146%인 63억7367만원에 응찰이 이뤄져 서울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일대는 가격이 빠지면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거시경제 충격에 정치경제적 여파도 미치며 하향 동질화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