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 탄핵 정국에 '공든' 양국 관계 불똥 우려..."한일 관계 논점 되지 않길"
2024-12-12 06:00
이시바 "한일 관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한일관계 추진해온 노력 훼손해선 안돼"
정부내에선 "정권 바뀌면 다시 관계 악화" 우려
탄핵안에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문구..."여야 대립 속 한일관계 논점 되지 않길"
정부내에선 "정권 바뀌면 다시 관계 악화" 우려
탄핵안에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문구..."여야 대립 속 한일관계 논점 되지 않길"
집권 후 한·일 관계 개선을 주도하며 한·미·일 협력을 추진해 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정국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일본에선 한·일 양국 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공영방송 NHK가 지난 7일 있었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상황을 44분간 생중계로 보도할 만큼 지대한 관심을 갖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5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일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일 관계 개선을 한국의 국익이라는 신념으로 추진해 온 대통령의 노력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안보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내달 초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향으로 조율해 왔으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이 계획을 단념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향후 한·일 관계와 관련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외무성 관계자는 “윤 정권이 ‘레임덕’에 이르렀다”면서 “한·일 관계가 나빴던 시기로 다시 돌아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방위성 간부는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한·일 간) 문제들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며 아사히신문에 불안을 토로하기도 했다.
2022년 취임한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대일 관계 개선에 애착을 갖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23년 봄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 정상 간 상호 방문인 ‘셔틀 외교’ 부활을 약속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시바 총리가 새 총리로 취임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최근 두 달 동안에만 국제회의를 계기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나아가 이시바 총리는 국제회의 이외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해 2025년 1월 방한을 조율 중이었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및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더욱 성숙한 관계로 발전시키고자 준비에 여념이 없던 상황이었다.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인상도 개선되는 추세였다.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言論)NPO’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을 계기로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한국인은 2020년에 10%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비율이 30% 정도까지 회복됐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에 가장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산케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탄핵 소추안에)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정책 등을 펼쳤다”는 문구가 포함된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강화를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과 외교안보 정책의 타당성이 혼동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일 관계는 한국의 정권 상황이 영향을 미쳐왔다. 과거에는 지지율이 부진하면 대통령이 반전을 예상하고 ‘반일’로 선회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2008년 정권 출범 초기에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표방하며 셔틀 외교를 펼쳤지만 2012년에는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방문했다. 이후 한·일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은 전례가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여야 대립 속에서 한·일 관계가 논점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일단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변함없으며 한·미·일 협력도 계속해서 중요하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9일 “한국은 다양한 과제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현재 전략 환경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에 변함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미·일에서도 계속 협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