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대중 수출통제] 삼성전자 덮친 악재... K-반도체 또 '휘청'

2024-12-03 18:00
美, 한국산 HBM·반도체장비 중국 수출통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타격 불가피
엔비디아 공급 더 절실한 삼성···中 미래고객도 막혀

[사진=각 사]

미·중 갈등에 K-반도체가 또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추가 수출 규제 대상에 한국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포함되면서 전체 HBM 매출의 10~20%가량이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삼성전자가 당장 영향권에 들게 됐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수출길은 대부분 미국으로 향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나, 향후 HBM 대중 수출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점에서 K-반도체의 중국 내 미래 고객을 막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규제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생산 중인 모든 HBM의 중국 수출이 오는 31일부터 통제된다. 현재 중국 기업 중 HBM이 들어간 인공지능 칩을 만드는 회사는 화웨이가 유일하고 텐센트, 바이두 등이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당장 SK하이닉스보다는 삼성전자가 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 중국 수출 규모는 2년 전 6~7%가량이었고, 지금은 점차 늘어 10%대에서 최대 20%가량 형성하고 있다"며 "그간 중국 업체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강화를 우려해 삼성전자의 구형 HBM을 사재기해왔는데 당장 이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는 기존(레거시) HBM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며 시장 부진을 일부 만회해왔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사진=아주경제DB]

SK하이닉스는 HBM3(4세대) 이후의 최신 제품 위주로 생산해 대부분을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일부 사양이 낮은 HBM 소량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보다는 삼성전자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이번 제재로 중국 시장이 차단되면서 향후 한국 기업의 엔비디아, AMD, 인텔 등 미국 팹리스 업체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 중국 내 반도체 자급률도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난해 23%까지 확대됐고, 2027년에는 27%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발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K-반도체 모두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중국 제재 이후 글로벌 반도체 마켓 셰어를 보면 중국과 대만은 늘고 한국은 감소했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하던 분야를 중국이 자체 개발하며 규모의 성장을 이어가고 우리는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는 사이 한국 기업이 손실을 입었다는 화웨이의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지난달 29일 상하이에서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화웨이 관계자는 "2018~2019년 한국에서 100억 달러 수준의 반도체를 구매했지만 지금은 숫자가 굉장히 낮다"며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한국의 제품을 구매하지만 못한다면 국내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당장 위기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진행 중인 HBM3E(5세대)의 품질 검증(퀄 테스트)을 빠르게 완료해 HBM 공급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AI용 첨단 제품인 HBM3E와 HBM4(6세대)가 미국에 공급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