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이 만날 山水는?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2024-12-02 18:55
아트선재센터서 1월 26일까지 전시
미륵 둘러쌌던 풍경, 산 아닌 쓰레기로
"시간 버티며, 자신 지켜"
미륵 손바닥과 하이파이브…접촉 통해 풍경으로 접속
미륵 둘러쌌던 풍경, 산 아닌 쓰레기로
"시간 버티며, 자신 지켜"
미륵 손바닥과 하이파이브…접촉 통해 풍경으로 접속
“미래에 미륵은 무엇을 만날까. 인간은 사라지고 쓰레기와 만나지 않을까.”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산수(山水)’ 속에서 미륵이 미소를 띠고 있다. 석가모니 입멸 56억7000만년이 되는 때 인간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할 것이란 미륵. 이 미륵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폐허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2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이끼바위쿠르르의 첫 개인전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전시는 미륵이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거 미륵은 현실의 고단함에 지쳤던 민중에게 위안을 주며, 일상 속 풍경에 항상 자리했다. 사람들은 길을 오가며 자연스레 미륵에 인사하는 등 미륵을 가까이에서 느꼈다. 삶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미륵은 일상 속에서 사라져, 길을 헤매야 겨우겨우 찾을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도시 개발은 미륵들이 앉아 있을 자그마한 자리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수도권 외곽, 논, 밭, 시골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나 간신히 볼 수 있는 이유다. 미륵을 둘러쌌던 풍경 역시 산이나 강, 마을이 아닌 쓰레기로 바뀌었다.
이끼바위쿠르르의 조지은, 고결, 김중원 세 사람은 돌인지 부처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된 미륵 조각상을 찾기 위해 배회했다. 소위 B급이었던 미륵과 관련된 제대로 된 기록조차 없기 때문에 책과 블로그 등 온갖 것에서 단서를 모아 미륵을 찾기 위한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낸 미륵과 주변 풍경들을 산수화처럼 재해석했다. 조지은 작가는 “불교적인 것보다 마을에 가까운 미륵들을 찾아다녔다. 머리만 바닥에 있는 등 사연이 많아 보이는 것들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마을의 수호신이었던 미륵이 이제는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 듯 보였다고 한다. “인간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장소들에 있었기에, 오히려 (미륵이) 시간을 버티며 자신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미륵이 남아 있는 곳들을 보면) 허름한 축사 옆이나 공장 등 마을 원형이 해체된 곳들이 많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쇠락한 풍경 속에 있는 미륵의 존재를 영상 <거꾸로 사는 돌>에 담아냈다.
전시장 입구와 출구에는 부처님의 손바닥을 표현한 <부처님 하이파이브>(2024)가 있다. 부처님의 손바닥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종교적 이유로 잘리거나 방치돼 훼손된 미륵의 손이 전시장에 불시착한 모습이다. 이끼바위쿠르르는 관람객이 부처와 손바닥을 마주치는 ‘접촉’을 통해 ‘거꾸로 사는 돌’의 풍경으로 접속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더듬기>(2024)는 미륵 석상의 손과 귀, 의상, 표정 등을 더듬듯 탁본한 것이다. 한지 위에 베낀 숯의 흔적은 미륵을 훑고 어루만진 결과물이다. 조 작가는 더듬기를 “일종의 스킨십”이라고 표현했다. “오래된 어떤 것들을 접촉하거나 일상적으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다. 스킨십하면서 이게 무엇일까, 우리의 전통을 어떻게 더듬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평면적이지만 다이나믹한 굴곡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미륵이 방치된 채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생명력을 가지게 됐다고 봤다. “생명력을 가지려면 버려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결이라는 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 환경보전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것. 미륵이 그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