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기승전 하이브·어도어탓?…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기자회견, 허술함으로 의문만 더 키웠다

2024-11-29 07:27

걸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사진=연합뉴스]


"어도어가 계약 위반을 해 우리의 전속계약 해지는 정당하다."

걸그룹 뉴진스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페이스퀘어 삼성역센터에서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뉴진스는 지난 13일 소속사 어도어에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복귀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

민 전 대표 복귀 외에 뉴진스는 어도어에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매니저의 공식적인 사과 △동의 없이 노출돼 사용된 동영상과 사진 등 자료 삭제 △음반 밀어내기로 뉴진스가 받은 피해 파악과 해결책 마련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과 이로 인한 기존 작업물이 사라지는 문제 해결 △뉴진스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을 지킬 것 등을 포함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여기에는 14일 안에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중 어도어는 빌리프랩 구성원이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27일 "하니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빌리프랩은 하니의 피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뉴진스 요구 일부를 들어줬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문은 뉴진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뉴진스는 28일 전속계약 해지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하며, 29일 자정부터 계약이 종료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렇지만 해당 기자회견을 듣자 의문은 더 커졌다. 
 
"전속계약 위반한 적 없어…위약금 안 내도 돼"
 
걸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사진=연합뉴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발표한 순간 위약금에 관심이 모였다. 일각에서 뉴진스가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할 시 최소 3000억원에서 600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해린은 "우리는 전속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하며 일하고 있다. 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 지금 상황은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어도어와 하이브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뉴진스 측의 일방적 입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위약금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계약서 조항을 기반으로 어도어 측과 법적 다툼을 펼쳐야 결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가처분 신청하지 않을 것…계약 해지하면 효력 없어져"
 
걸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사진=연합뉴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하기 위해선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전속계약 효력 정지 판결을 받는 게 우선돼야 한다. 

효력정지 가처분 판결 인용으로 임시 지위를 인정받고, 그 이후 정식 전속계약 해지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본안 소송 판결이 나와야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 계약 관계가 완벽히 끝난다. 전례를 살펴볼 때 이러한 절차에 최소 수년이 소요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민지는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해서 해지하는 것이다. 계약을 해지하면 효력이 없어지는 거라 우리 활동엔 장애가 없을 거다. 저희가 굳이 가처분 소송을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취재진 일부가 의문을 제기하자 기자회견 진행자는 "법률 검토 관련 부분은 빠르게 정리해서 추후 공유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민희진 전 대표와 얘기 나눈 적 없지만 함께하고 싶다"…템퍼링 의혹 못 지워
 
걸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사진=연합뉴스]

민지는 '어도어를 떠나면 민 전 대표와 함께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면 대표님과 앞으로도 좋은 활동 하고 싶다"고 전했다.

혜인도 "민 전 대표와 따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마 대표님도 저희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전 접촉을 뜻하는 템퍼링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템퍼링이 알려지면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만약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사전에 계획을 공모했다면 템퍼링이기 때문이다. 민 전 대표의 퇴사가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이 나왔다. 뉴진스는 민 전 대표와 추후 행보에 관해 얘기를 나눈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템퍼링 의혹을 완벽히 지워낼 순 없었다.

이외에 하니는 '사내 따돌림 등의 증거를 추후 공개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에서 충분히 제 입장을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처럼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은 비장한 예고에 비해 의구심만 더 키운 다소 허술한 기자회견이었다. 전속계약 해지를 확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기자회견에선 충분한 법률 검토를 마치고, 자신들의 의견을 뒷받침할 증거를 일부라도 공개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