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무죄에 당원 게시판까지…'내우외환' 빠진 한동훈號

2024-11-26 16:51
당내 갈등 격화에 野비판 동력 상실
김건희 특검법 이르면 28일 재표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8회 MBN 보고대회 '1인 1로봇 시대가 온다'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4.11.26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에서 촉발된 당내 갈등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내부에서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계 감정 싸움이 거칠어지고, 외부에선 야권의 공세가 더 거세지면서 '한동훈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한동훈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없는 분란을 불필요하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 등이 공개적으로 '당원 게시판' 문제제기를 하고, 한 대표가 '대표 흔들기'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도 친윤계뿐만 아니라 계파 색채가 옅은 인사들까지 한 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상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대표가 빨리 정치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며 "만약 가족이라면 사과하고 다음 단계로 가야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분열하고, 분열은 탄핵을 부른다"고 우려했다. 당내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대표께서 일을 키우시는 거 아닌가"라며 "가족한테 사실 여부를 확인해서 당원에게 사실 여부를 밝히고, 넘어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한 당직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 중반대 복귀하니까 좋아하는데 이런 망신이 어디 있느냐"며 "한 대표를 내쫓으면 또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울 건가. 당이 신속하게 문제를 정리하고 좀 건설적인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여당은 '분열'이라는 내부 불안요소와 함께 당분간 민주당의 역공을 경계해야 할 처지다. 지난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되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적극 부각시키며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대야 공세 동력은 크게 약화됐다. 

민주당 등 범야권은 이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추진하고, 장외 투쟁도 지속한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도 꾸준히 제기할 전망이다.  

한 여당 의원은 "당내 갈등을 부정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결국 연관된 사람들이 풀어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의 다른 재판들이 많이 남아있어 여전히 다툴 부분이 많다"면서 당내 문제는 별도로 풀어가고 '이재명 때리기'로 단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